디지털 네이티브의 언어를 쓰고 있어 자신들과 같은 언어 쓰는 원주민 말에는 환호
지금 언어의 변화는 모든 업종으로 파급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을 인식하길"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네이티브 스피커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외국인 학습자들은 문법으로 공부하지만 원주민들은 문화로 습득하기 때문입니다.
원주민들은 쉽게 말하고 자연스럽습니다. 규칙을 따지지 않고, 그저 그렇게 말할 뿐이죠.
돈 탭스콧은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민자의 차이를 이런 비유로 설명했습니다. 디지털 이민자들이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 철 지난 문법 따지고 있는 동안, 네이티브 스피커들은 이미 저만치 가고 있는 겁니다.
디지털 플레이어들, 특히 오픈AI, 구글, 메타 등 AI 기업들의 행보를 보면 기존 비즈니스 문법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의 언어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이상한 문법의 고어(古語)를 쓰는 이민자들의 말은 알아듣지 못하고, 자신들과 같은 말을 쓰는 원주민의 말에 환호합니다.
원주민의 문법책에는 경쟁이니 차별화니 하는 용어들이 없습니다. 거기에는 융합, 오픈 소스, 참여, 연결, 제휴, 개인맞춤화 등의 신용어가 등장합니다. 이들의 노림수는 자신들이 '지능형 인터페이스'가 되어 인간과 정보 사이의 모든 접점을 장악하겠다는 겁니다. 제품을 차별화하고 영업과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올드보이들의 문법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IT 산업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AI의 변화는 생활양식을 바꾸고, 생활양식이 바뀌면 생산양식이 달라지니까요. 의료, 교육, 법률, 금융, 제조 등등 모든 영역에서 AI 네이티브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지 않고 AI로 진단받고, 학교에 가지 않고 AI 튜터에게 배우고, 스마트 팩토리와 디지털 트윈에서 실질적인 생산이 일어나는 시대가 멀지 않았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언어의 변화는 모든 업종으로 파급되면서 비즈니스 생태계를 근원적으로 바꿔놓을 겁니다. 무서운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거죠.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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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