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을 나란히 전시하며 내년에 본격화할 HBM4(6세대) 시장 격돌을 예고했다. HBM4는 현재 공급 중인 HBM3E를 잇는 차세대 제품으로 실물이 일반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2~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반도체 전시회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HBM4 실물을 전시장 전면에 내세웠다. 두 회사 전시 부스는 HBM4를 직접 보려는 관람객들이 북적였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만드는 메모리로 AI 칩에 필수다. 현재 시장의 주류 제품은 HBM3E(5세대)다. 내년부터 HBM4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됨에 따라 HBM4가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AI 시장이 급성장하며 HBM이 반도체 메이커의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제품이 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큰손' 엔비디아를 겨냥한 맞춤형 HBM4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전시공간을 부스 중심에 배치했다. HBM 시장에서 확보한 리더십을 HBM4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도 HBM4 샘플을 전시했다. 그때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부스를 찾아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HBM4 양산 준비를 마치고 엔비디아와 막바지 물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M3E에서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는 HBM4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0나노급 5세대 1b 공정을 HBM4에 적용하는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과 달리 다음 세대인 1c 공정을 적용하며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와 HBM3E 공급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HBM4 공급을 위한 인증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HBM4, 커스텀(맞춤형) HBM 등 신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질 없이 계획대로 개발하고 양산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이번 전시에서 HBM 외에도 GDDR7, DDR5와 고집적 메모리 모듈 소캠(SOCAMM) 등 AI 메모리를 대거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