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4 00:35 (금)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43) 우산이 펼치는 '산업 매직'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43) 우산이 펼치는 '산업 매직'
  •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 mksongmk@naver.com
  • 승인 2025.07.0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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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은 날씨·패션·정서와 얽혀 우리 삶과 밀접해 앞으로도 '패션산업'으로 각광
기원전 2200년 이집트 등서 양산으로 쓰였고 , 중국에선 우산으로 사용한 흔적
글로벌 우산 시장 규모 약 75억달러(약 9조원)이고 우리나라도 1400억원 달해
한국인 연간소비는 4000만개로 1인당 1개 꼴…비 많은 일본(0.72개)보다 많아

비가 오면, 우리는 저마다 작은 지붕을 펼친다. 바로 우산이다. 우산은 마치 머리 위에 얹는 작은 집이 되어 비를 우리를 그 안에 머물게 한다. 같은 비를 맞아도, 우산은 우리를 서로 다른 세계에 넣는다.

둘이서 함께 우산을 받으며 친밀감을 느낀다. 때로는 낭만을, 사랑을, 그리고 슬픔과 고독의 실마리를 풀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빗속의 우산은 숱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때로는 적당히 젖고, 적당히 젖지 않도록 하면서 영화 속 주인공으로 감각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우산은 날씨·패션·정서와 얽혀 우리 삶에 비밀스런 자리를 확보한다.

단순한 '비 막이 도구'였던 이 작은 지붕은 어느 새 패션의 일부,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우산의 기원은 기원전 2200년 무렵이다. 중국, 이집트 등에서 태양을 피하는 '양산'으로 쓰이다가 중국에서 비를 막는 우산으로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무렵의 우산이나 양산은 일부 상류층에서 사용되었다. 우산이 대중화한 것은 17세기 유럽에서였다.

우리나라에서 우산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조선 후기에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초기에는 귀족과 상류층만 사용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대중에게도 전파되었다.

단순한 '비 막이 도구'였던 이 작은 지붕은 어느 새 패션의 일부,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비를 막는 기능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디자인과 색, 소재, 무게, 접는 방식까지 세심하게 다듬어진 제품들이 나온다. 최근에는 환경을 고려한 '재활용 원단 우산'에 이어 반자동 개폐나 스마트 기능이 붙은 우산까지 등장하였다. 나아가 화려한 색과 다양한 디자인의 우산들이 비오는 날의 침침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경쾌하게 바꿔주고 있다.

이제 우산은 '없어선 안 될 실용품'이 아니라 '갖고 싶은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산 산업이 조용하지만 분주하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우산 시장 규모는 약 75억달러(약 9조원)이고, 오는 2034년 91~94억달러로 연평균 2.2~2.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리서치 기관(IMARC Group 등)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제품용·비치용 우산을 포함한 우산 시장은 2024~2030년 평균 5~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우산 시장은 2022년 기준 1억900만달러(약 1,400억원)이다.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지만, 한국 우산 산업은 레인코트와 우산과 레인코트 복합형), 비치용 등으로 특화돼 연평균 5~8%대의 고성장을 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우산 시장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인의 우산 소비량이다. 연간 약 4,000만개로 1인당 1개꼴(0.96개)이다. 일본(0.72개) 보다 많고, 미국(0.39개)의 두 배 이상이다(자료 : Statista, 코리아사이언스 등). 이 데이터는 우산이 단순 소비재가 아님을 보여준다. 잦은 장마, 강한 자외선, 그리고 편의점이라는 '즉시 소비 플랫폼'이 창출한 숫자로 분석된다. 우산이라는 작은 소비재를 통하여 한반도 날씨부터 우리네 생활습관과 소비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한국은 패션의 수용과 전파가 빠른 대표적인 나라다.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국에서의 '패션 우산' 산업은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비오는 날은 스타일이 무너진다는 통념을 벗어나, 오히려 '날씨를 입는다'는 개념으로, 우산이 패션의 마지막 완성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비로 인해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장마철이다. 그럴수록 밝고 예쁜 우산 하나로 패션을 완성하고 나와 주변의 분위기까지 경쾌하게 바꾸는 지혜를 발휘해보자. 이것이 진짜 날씨를 입는 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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