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2:25 (화)
[이만훈의 세상만사] ⑬ 당 현종의 말로와 윤석열 주변
[이만훈의 세상만사] ⑬ 당 현종의 말로와 윤석열 주변
  • 이코노텔링 이만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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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5.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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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명군(明君)이었다가 '암군(暗君)'이 된 대표적인 인물
권좌 초기에 안정된 정치로 '개원의 치'란 '태평성대' 이끌어
양귀비에 빠져들면서 나라 거덜 낸 비극의 수괴 (首魁) 전락
두보는'시국 생각해 꽃조차 흐느낀다' (感時花濺淚)고 한탄
윤 전 대통령 주변 간신들에게 기만당한 국가의 운명이 참담
현종은 권좌 초기 안정된 정치로 문화, 경제의 번영을 이룩해 '개원(開元)의 치(治)'란 태평성대의 주인공이었지만 그 유명한 양귀비(楊貴妃·719~756)에 빠져들면서 급기야 안녹산의 반란을 초래해 나라를 거덜낸 비극의 수괴(首魁)였다.

요즘 자나 깨나 머릿속에 맴도는 시구가 하나 있다.

'시국(時局)을 생각해 꽃조차 흐느낀다(感時花濺淚)!'

당나라 때 시인 두보(杜甫·712~770)의 <춘망(春望)>에 나오는 구절이다. 잘 아디시피 시성(詩聖)이라 일컬어지는 두보는 당나라 현종(玄宗·재위 712~756) 때 시선(詩仙) 이백(李白·701~762)과 교유하며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빼어난 시인이다. 이들 짝꿍은 아예 오늘날 가수 듀엣처럼 '이두(李杜)'로 불리며 중국 역사상 최고란 타이틀과 더불어 지금까지도 추앙받고 있다.

그런데 상황이 얼마나 엉망진창이고 절망적이었으면 이 위대한 시인의 눈에는 꽃조차 흐느낄까. 이 시가 시인이 46세 때 반란을 일으킨 안녹산(安祿山·703~757)에 포로로 잡혀 함락된 수도 장안(長安)에 억류 당시 봄을 맞아 지은 것이니 대충이나마 공감이 된다. 이 대목에 앞선 시의 머리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나라는 작살났어도 산천은 그대로이고(國破山河在)/ 성(城)안에도 봄은 찾아와 푸르름이 짙어만 가누나(城春草木深)'

그저 드라이하게 무심한듯하지만 되레 어찌할 수없는 깊은 좌절과 슬픔이 묻어나지 않는가.

산하가 그대로이면 무엇 하나. '빼앗긴 들에 오는 봄'이 봄이 아니듯이 함락된 성안에 아무리 봄꽃이 흐드러진들 아름답기는커녕 오롯이 눈물을 짜게 할뿐이니 차라리 꽃이 흐느끼는 것으로 해버리자! (*혹자는 시의 제목에 희망을 뜻하는 '望'이 들어 있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시인의 모습을 읽는다는데 영 아니다.)

현종은 민요 <창부타령>에 나오는 '당명황(唐明皇)'으로 명군(明君)이었다가 '암군(暗君)'이 된 대표적인 인물이다. 권좌 초기 안정된 정치로 문화, 경제의 번영을 이룩해 '개원(開元)의 치(治)'란 태평성대의 주인공이었지만 그 유명한 양귀비(楊貴妃·719~756)에 빠져들면서 급기야 안녹산의 반란을 초래해 나라를 거덜낸 비극의 수괴(首魁)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잠깐, 이 드라마의 얼개(plot)와 분위기,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 바로 얼마 전 비상계엄이란 엉뚱한 장난질을 벌였다가 내란수괴 혐의로 탄핵을 당해 최고 권력의 자리에서 쫓겨난 전 대통령 윤석열의 '막전막후' 말이다. 현종에게 양귀비가 있다면 윤석열한테는 김건희가 있고, 양귀비의 무기가 '미모'였다면 김건희에겐 그 잘난 '영력(靈力)'이 있었다. 현종이 안녹산의 반란으로 망했는데 안녹산이 양귀비의 양아들(*어미보다 나이가 16살 많다!)이었으니 김건희한테도 필시 안녹산 같은 존재가 있었으리라. 천공? 건진법사? 명태균? 그리고 '찐윤'?

양귀비가 현종을 뻑 가게 해놓고선 양국충(楊國忠)등 친정붙이들과 아첨꾼 간신들을 앞세워 나라를 도탄에 빠뜨렸다면, 김건희는 '창출한(?) 미모'와 영력으로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를 휘어잡고선 남편이 대통령이 된 뒤에도 "나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한다"며 설쳐대 끝내 파국을 초래했다. 특히 김건희 주변에는 소소한 모임, 사업상 만난 정체불명의 인사들이 모여들어 그녀를 통해 대통령을 핫바지로 만들고 자리를 차지하는 등 야욕을 채우는 바람에 정권을 빼앗기고 자기들 영화(榮華)에도 종을 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니 비감을 더 한다. 드라마의 전개상 현종이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던' 양귀비의 최후를 어쩔 수없이 마외파(馬嵬坡)에서 내주었던 것처럼 이제 끈이 떨어진 만큼 윤이 그동안 '금강철갑(金剛鐵甲)'으로 꽁꽁 싸맸던 김건희도 '특검'이란 마외파를 결코 건너뛸 수는 없을 테다. 게다가 벌써부터 정의고 뭐고 막가파식 추종집단을 운영해 재미를 톡톡히 본 라이벌의 똘마니들이 경쟁적으로 특검의 망나니노릇을 자임하겠다며 손을 들고 있으니 결과 또한 불 보듯 뻔하다. 요즘 이 땅에서도 무너진 정치에 꽃들이 흐느끼고 있다.

복장이야 터지지만 사실 따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이 모든 비극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한마디에 속아 정치 입문 9개월 만에 대통령으로 뽑는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 알고 보니 '사람'대신 무속과 마누라에 충성을 다 바쳤고, 결국 계엄이란 얼토당토않은 병정놀음 끝에 임기를 겨우 절반 넘기고, 정확히는 2년 11개월(1060일)만에 정권을 허공으로 날려 버리고 말았으니 더 이상 말해 무엇 하랴. 윤과 그를 둘러싼 간신들 행태가 기가 막힐 따름이지만 그들한테 기만당한 국민과 국가의 운명이 참담할 따름이다.

어디 그뿐인가. 쫓겨난 윤의 자리를 놓고 '축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들이 안면을 딱 꼬불친 채 도토리 키 재기 싸움을 벌이는 것도 그렇지만 숱한 비리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인 '빅 빌런'이 대권을 손에 넣기 직전인 상황이라니…. 개~딸들과 그 자락에 매달려 연명하는 꼭두각시들은 벌써부터 '지들 세상'이라며 기고만장해 안하무인으로 설치고, 깝치니 오호 통재(痛哉)인지, 오호 애재(哀哉)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구나!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깔리는 건 아닌지, 절로 식은땀이 배어나고 뭇 꽃이 슬퍼 보인다.

이럴 때 옛날 각설이들은 비수 같은 어깃장으로 이렇게 외쳤다. "범 없는 산중에 여시가 대빵, 고래 없는 바다에 갈치가 대빵, 뛰는 놈 위에는 나는 놈을 보내라. 삥아리 잡는 대 도끼가 대빵, 고래 잡는데 바늘이 대빵, 뛰는 놈 위에는 뛰는 놈을 보내고, 어~허 품바 잘이 헌다!"

<이 칼럼 내용은 본지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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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만훈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이만훈 편집위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항공사에 다니다 1982년 중앙일보에 신문기자로 입사했다. 주로 사회부,문화부에서 일했다. 법조기자로 5공 초 권력형 비리사건인 이철희ㆍ장영자 사건을 비롯,■영동개발진흥사건■명성사건■정래혁 부정축재사건 등 대형사건을, 사건기자로 ■대도 조세형 사건■'무전유죄 유전무죄'로 유명한 탄주범 지강현사건■중공민항기사건 등을, 문화부에서는 주요무형문화재기능보유자들을 시리즈로 소개했고 중앙청철거기사와 팔만대장경기사가 영어,불어,스페인어,일어,중국어 등 30개 언어로 번역 소개되기도  했다. 특히 1980년대 초반엔 초짜기자임에도 중앙일보의 간판 기획 '성씨의 고향'의 일원으로 참여하고,1990년대 초에는 국내 최초로 '토종을 살리자'라는 제목으로 종자전쟁에 대비를 촉구하는 기사를 1년간 연재함으로써 우리나라에 '토종붐'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밖에 대한상의를 비롯 다수의 기업의 초청으로 글쓰기 강의를 했으며 2014인천아시안게임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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