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1:55 (화)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46) 석류, 사과, 올리브가 싸우지 않고 사는 법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46) 석류, 사과, 올리브가 싸우지 않고 사는 법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webmaster@econotelling.com
  • 승인 2025.04.1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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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정책은 미국으로 돈이 몰릴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역풍 맞아
각국은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을 특화 시켜 이를 다른 나라로 자유롭게 수출하는 게 바람직

어느 농장에서 석류나무와 사과나무, 올리브 나무가 나란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세나무 모두 농부의 정성스런 보살핌을 받으면서 탐스러운 열매를 맺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나무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서로 자신의 열매가 가장 좋은 열매라고 자랑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먼저 석류나무가 말했습니다. "내 열매가 가장 훌륭해. 빨간 구슬처럼 촘촘히 매달린 내 열매는 정말 아름답거든."

그러자 사과나무과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보기만 아름다우면 뭐하냐. 내 열매야말로 모든 과일들 중에서 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맛있지. 잘 익은 내 열매를 보면 누구도 따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거야."

이번에는 올리브가 나섰습니다. "보기에 아름답거나 맛이 좋은 게 전부는 아니야. 기름을 만드는 내 열매야 말로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돼. 음식을 만들 때 뿐만 아니라 신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도 내 열매로 만든 기름이 필요하거든? 그러니까 올리브보다 훌륭한 열매가 어디 있겠니?

그러자 석류나무와 사과나무가 서로 잘났다고 시끄럽게 떠들었습니다. 나무들의 싸움이 격렬해지자 농장 울타리 밖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산딸기가 점잖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은 우리 모두를 소중히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이제 말다툼은 그만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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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정책은 미국으로 돈이 몰릴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역풍이 불고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미국의 관세 도박, 성공할까=누구나 자기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법입니다. 이를 잘 살리면 모두에게 이득을 주기 때문이지요. 모든 면에서 뛰어난 팔방미인이 아니라도 남들에게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힘든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석류, 사과, 올리브는 서로에 대해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전 세계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방아쇠를 당긴 관세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세계 경제를 지탱해 왔던 자유무역 체제가 무너지고 서로 관세 장벽을 쌓아 올리는 보호무역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지요. 마치 석류, 사과, 올리브가 저 잘났다고 시끄럽게 떠드는 것과 다를 게 없지요. 보호무역의 폐해에 대해선 2023년 9월21일에 게재된 '원숭이 엄마의 과잉보호 명암"에서 설명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의 관세 정책은 미국으로 돈이 몰릴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역풍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자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미 국채를 팔아치우기 시작해 금리가 치솟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채 금리 급등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정부에 막대한 부담을 줍니다. 주식 폭락에도 꿈적하지 않던 트럼프가 국채 투매 움직임이 나타나자 관세 부과를 유예키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만약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 인수마저 꺼리는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아울러 달러화 가치도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관세 전쟁의 여파로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엔화나 유로화 같은 기축통화로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달러는 가장 굳건한 안전자산이었지만 더는 이같은 전제가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달러·국채·주식의 동시 하락은 아주 이례적입니다. 통상 미국 주식이 급락하면 달러 값은 오르고, 국채 금리는 하락(국채 값 상승)했습니다. 미국의 일관되지 않은 관세 정책이 자충수가 돼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 위기로 번지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미국이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더 늦기 전에 자유무역 체제로 돌아가 세계 경제의 큰 형님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으로 나 혼자만 잘 살겠다는 옹색한 발상으로는 미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가 불행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관세전쟁은 1929년 미국의 대공황 직후 미국 농민 보호를 명분으로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올렸던 스무트-홀리법의 망령을 떠올립니다. 대공황이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다면 스무트-홀리법은 KO 펀치를 날린 셈이 됐습니다.

자유무역이 좋은 것은 앞서 제시한 우화처럼 '비교우위'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교우위란 상대방과 비교해 능력 따위가 앞선다는 말로 국가간에 무역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해 주는 핵심이론입니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대신 그렇지 않은 분야는 남에게 의존하는 전략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게 비교우위 이론입니다.

◇모두에 '윈·윈 게임'되는 비교우위=간단한 예를 들어 볼게요. 흥부네 가족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 풍랑을 만나 외딴 섬에 머물게 됐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그 섬에는 감자와 조개 외에는 먹을 게 없어요. 흥부는 한나절 동안 감자 6개와 조개 3개를 구할 수 있고, 그의 아내는 감자 1개와 조개 2개를 얻을 수 있습니다.

흥부네는 어떻게 해야 무인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흥부는 아내보다 감자를 캐고, 조개를 잡는 능력이 모두 뛰어납니다. 그렇다고 흥부만 일을 할 수 없죠. 각자가 상대적으로 잘하는 일을 한다면 더 많은 감자와 조개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을 비교하면 흥부는 조개잡이보다 감자캐기를 더 잘 합니다. 아내에 비해 감자(6-1=5)를 5개 더 얻지만 조개는 (3-2=1)는 1개만 더 얻을 뿐이죠. 흥부 아내는 남편보다 감자를 5개 덜 얻지만 조개는 1개만 덜 얻습니다. 흥부아내는 감자보다 조개를 더 쉽게 얻는 셈이지요. 결국 흥부는 감자에, 아내는 조개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흥부네는 각자 비교우위가 있는 일만 하면 더 잘 살 수 있습니다. 흥부가 감자 12개, 아내가 조개 4개를 구하면 모두 합쳐 16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로따로 일했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12개보다 4개를 더 많이 얻게 되는 것입니다.

비교우위를 처음으로 학설로 발전시킨 인물은 18세기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입니다. 리카도는 국내에서는 생산비가 저렴한 상품을 특화해 생산하고 생산비가 많이 드는 상품은 무역 상태국과 맞교환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을 '비교생산비설'이라고 합니다.

A와 B라는 나라가 있다고 합시다. A와 B 모두 신발과 컴퓨터를 생산합니다. A는 특별한 신발 제조 기술이 있어서 1시간 동안 10켤레의 신발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B는 5켤레 밖에 못 만듭니다. 이를 A가 B에 대해 신발 생산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합니다. 반면 컴퓨터 생산에서는 B가 기술이 좋아 1시간에 컴퓨터 20대를 만들어 내지만 A는 5대밖에 생산하지 못합니다. 이때는 B가 A에 대해 컴퓨터 생산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합니다. 2시간 동안 생산능력을 살펴보면 A는 신발 10켤레와 컴퓨터 5대를, B는 신발 5켤레와 컴퓨터 20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각자가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고 할 때 A는 신발 20켤레, B는 컴퓨터 40대를 생산해 낼 것입니다.

각 나라에서 소비에 필요한 양을 제외하고 A는 신발 10켤레를 주고, B는 컴퓨터 20대를 A에게 준다면 결과적으로 A와 B는 신발 10켤레와 컴퓨터 20대씩을 가지게 됩니다. 이전과 비교할 때 A는 컴퓨터 15대가, B는 신발 5켤레가 각각 늘어났습니다. 비교우위가 마술을 부린 것 같네요.

비교우위의 논리를 전 세계로 확대하면 어떻게 될까요? 각국은 저마다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을 특화시켜 생산하고, 이를 다른 나라로 자유롭게 수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비교열위에 있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보다는 비교우위에 기초한 자유무역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좀 더 저렴한 자격에 소비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자유무역의 장점입니다. 이솝우화에서 산딸기의 말처럼 석류나무와 올리브나무도 서로 다투지 말고 각자의 열매를 집중적으로 잘 키운다면 농장은 더 없이 풍요로움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거래 이론과 무척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상품의 '다양성 이익' 가져오는 '신국제무역이론'=비교우위 이론이 풍미해던 때는 세계 경제의 리더였던 영국이 산업혁명 직후 제조업 상품(특화상품)을 주로 수출하고, 비제조업상품(비특화상품)은 수입하던 시기였습니다. 오늘날 무역패턴의 특징은 서로 비슷한 국가끼리 무역하고, 서로 같은 산업 내에서 무역이 이루어지면서 차별화된 상품이 수출입된다는 점에서 그때와는 다릅니다. 비교우위론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무역 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신국제무역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각국이 모든 면에서 서로 동일하다 해도 국제 무역과 국제 분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만드는 갤럭시 스마트폰이 미국에 수출되고 미국의 애플이 생산하는 아이폰이 수입되는 것을 보면 현대 무역은 비교우위론보다는 신국제무역이론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신국제무역이론은 고전파 무역이론인 비교우위와 달리 같은 종류의 상품 교역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전제로 전개됐습니다. 그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대 기업들은 '독점적 경쟁시장'에 뛰어들 때가 많습니다.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기업들은 제품의 차별화로 경쟁한다는 점에서 독점시장과는 구별됩니다. 이는 소비자의 다양성 기호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생산자도 초기 투자비용 같은 고정비가 발생하지만 대량생산에 따라 평균 생산비용이 감소하는 '내부 규모의 경제'가 생깁니다. 시장 크기가 작은 경우 비용 차이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이겨내지 못한 기업은 퇴출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성의 이익'은 제한됩니다. '내부 규모의 경제'와 '소비자들의 상품 다양성 욕구' 사이에서 충돌이 생긴 것입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주장한 신국제무역이론은 산업조직이론과 국제무역이론을 결합해 산업의 특성이 국제 무역 패턴을 일으킨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신국제무역이론의 핵심이 위에서 설명한 독점적 경쟁시장입니다. 크루그먼은 1979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 상품 다양성을 늘리는 방법은 국제 무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제 무역은 시장의 확대를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국제 무역을 통해 사람들은 외국 기업이 생산한 상품도 이용함에 따라 상품 다양성이 증가하게 된다는 합니다. 게다가 기업들은 시장 크기가 커짐에 따라 생산량을 늘릴 수 있고 평균 생산비용이 감소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국제 무역은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증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상품 가격은 내려가고 국민들의 실질임금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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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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