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4:26 (화)
[김성희의 역사갈피] 링컨 대통령이 언론과 척진 사연
[김성희의 역사갈피] 링컨 대통령이 언론과 척진 사연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5.04.1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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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판치자 여러 신문 영업정지 시키고 발행인 체포해 투옥하는 등 '언론탄압'
남북전쟁이 길어지면서 징병제 추진했는데 백악관 확인 절차 없이 '날조기사' 나와
금값 10% 뛰는 등 시장 투기열풍 초래 …일부 신문 핵심인사들 '금 사재기'로 떼돈
노예제도를 두고 남북 '진영' 대결 극심 …링컨 암살에 남부 신문들"하나님의 명령"
미국 링컨 대통령은 언론사에 기록될 만큼 언론을 '탄압'했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고 민주 정부의 원칙을 간명하게 밝힌 그의 명연설은 우리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다.

그런데 링컨 대통령이 언론사에 기록될 만큼 언론을 '탄압'했던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언론인이 미국 언론사의 민낯을 정리한 『메인 호를 기억하다』(에릭 번스 지음, 책보세)에 따르면 링컨은 남북전쟁 기간(1861~1865) 중 그의 라이벌이자 전쟁부 장관이었던 에드위 스탠턴의 지원에 힘입어 여러 신문을 영업정지시켰으며-비록 일시적이었더라도-그 발행인들을 체포해서 투옥했다. 이런 그의 조치를 두고 일부 역사가들이 18세기 말의 언론탄압에 맞먹는 횡포라 지적하기도 했다.

한데 링컨의 언론탄압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미국 언론은 요즘으로 치면 '기레기'가 판쳤고 '가짜뉴스'가 넘쳐났다. 대표적인 것이 1864년 『뉴욕 월드』와 『저널 오브 커머스』의 날조 보도다. 당시 북부군의 병사의 복무 기간은 3년이었는데 전쟁이 길어지자 병력 충원이 문제가 되었다.

많은 병사들이 "검둥이들의 자유를 위해 피를 흘려야 할까"라는 회의에 젖어 복무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재복무를 위해 애국심에 호소도 하고, 상여금도 제안하는 등 안간힘을 써도 효과가 없자 링컨 행정부는 징병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30만 명을 그 대상으로 정했다.

그런데 이 방침을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두 신문에서 '40만 명 징병 계획'을 보도했다. 문제는 이 기사가 숫자도 틀렸을 뿐 아니라 백악관에 확인하지도 않는 등 취재원 자체가 없는, 추측에만 의거한 날조 기사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문제의 병력 증강 계획은 전쟁의 장기화·치열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한 '시장'의 과잉반응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기사가 나간 며칠 뒤 금값이 10퍼센트나 뛰는 등 "월 스트리트에 투기 열풍"이 일었다. 그 와중에 두 신문의 핵심인사들은 사전에 막대한 금 사재기를 통해 하룻밤 사이에 부자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기레기'들의 표본이었다. 그러니 링컨이 병사들을 보내 두 신문사를 장악하게 하고, 주범은 물론 모든 방조범을 체포하고 그들의 신문을 폐간한 것은 당연했다 하겠다.

여기에 노예제도를 두고 남부와 북부로 극렬하게 갈렸으니 이른바 '진영' 대결은 21세기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오죽하면 1865년 링컨의 암살을 두고 일부 남부 신문들이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것" "에이브는 본인 때문에 흐르게 된 그 무고한 피에 관해 답변하기 위해 하나님의 법정으로 불려간 것"이라 보도했을까.

이를 보면 '기레기'와 '가짜뉴스'는 언론의 시작부터 함께했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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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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