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조선 산업의 파트너십과 신뢰 강화의 중요한 마중물 역할

HD현대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와 '함정 동맹'을 맺고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HD현대는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간)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 전시회(Sea Air Space 2025, SAS 2025)' 내 헌팅턴 잉걸스 전시관에서 있은 이날 협약식에는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대표와 브라이언 블란쳇(Brian Blanchette) 잉걸스 조선소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에 대해 HD현대 측은 "현존 최고 사양의 이지스함 건조 역량을 갖춘 한국 조선업체와 미국의 대표적인 조선업체 간 최초의 협력 사례"라며 "이번 일이 양국 조선 산업 파트너십과 신뢰 강화의 중요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업계는 이로써 미국 2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온 미국 함정 시장을 HD현대가 적극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 중남부 미시시피주 패스커굴라에서 미국 최대의 수상함 건조 조선소인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만 1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 해군이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9척 가운데 3분의 2인 6척을 수주했을 정도로 시장 장악력이 크다. 대형 상륙함 및 대형 경비함 다수도 건조하고 있다.
잉걸스 조선소는 내년까지 이지스 구축함 1척, 대형 상륙함 1척, 핵 항공모함 1척, 핵 잠수함 2척 등 총 5척을 미 해군에 인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 115억 달러 상당(약 16조9,000억 원) 중 수상함 분야가 28억 달러로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날 MOU에 따라 양사는 각 사가 보유한 함정 건조 분야의 전문성과 역량을 결합해 함정 건조 생산성 극대화, 건조 비용 절감, 납기 단축 등에 필요한 노하우와 역량을 공유하기로 했다.
업계는 HD현대가 연간 약 5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할 수 있는 데 비해 잉걸스 조선소는 연간 1척의 건조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HD현대가 공정·생산 관리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신뢰 관계를 쌓은 다음 공동 투자나 컨소시엄 형태로 미국에서 함정을 공동 건조하는 협업 단계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또 디지털 조선소 구축을 위한 공정 자동화와 로봇, 인공지능(AI) 도입을 비롯해 생산 인력 교육 및 기자재 공급망 참여 등 향후 공동 투자를 위한 협력에도 나설 전망이다.
협약에 즈음해 HD현대중공업 주원호 특수선사업 대표는 "혈맹인 한·미의 대표적 조선업체 협력을 통해 양국의 조선 산업 발전은 물론 상호 안보 협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잉걸스 조선소 브라이언 블란쳇 사장은 "이번 협약은 동맹국 간 협력을 통해 상호 조선업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양사의 전문성 결합을 통해 양국의 해양 안보를 뒷받침하는 고품질 함정 건조에 큰 도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이번 해양항공우주 전시회에서 미국선급협회(ABS) 측과 미 해군용 경량 군수지원함 설계 인증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방산 기자재업체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Fairbanks Morse Defense)와 미국 현지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도 맺었다.
HD현대 함정기술연구소는 미 해군연구소(Office of Naval Research)와 차세대 첨단 함정 설계 등 함정 분야 공동 연구개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업계는 이로써 한국과 미국 조선 시장에서 HD현대와 한화오션의 경쟁이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군함 시장 진출은 한국 조선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로 등장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약 1,45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 초순~올 3월 중순 약 6개월에 걸쳐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Wally Schirra)'호에 대한 유지·보수 및 정비(MRO) 사업(약 500억 원 규모)을 무사히 마치는 등 미 해군 MRO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