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4:45 (화)
[김성희의 역사갈피] 조선 지도층이 자초한 굴욕의 병자호란
[김성희의 역사갈피] 조선 지도층이 자초한 굴욕의 병자호란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5.04.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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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2대 황제 홍타이지의 즉위식에 참석한 조선 사신의 뻣뻣한 자세가 화근
청나라 조정 발끈했지만 사신 살려서 보내는길에 선물 주며'전쟁불사'강온전략
조선은 군사력도 변변치 않으면서 국서가 불온하다며 찢고 사신들은 귀양 보내
단지 여진족이 오랑캐라는 이유로 싫다고만 하고 애꿎은 백성들은 끌려가 곤욕
한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장면 중이 하나는 1637년 삼전도의 굴욕이라 할 수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한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장면 중이 하나는 1637년 삼전도의 굴욕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병자호란 때 몰리다 못한 조선의 인조가 청나라 숭덕제 앞에 직접 나가 삼배구고두례를 하며 청과 조선의 군신관계를 다짐한 사건 말이다.

한데 병자호란은 왜 일어났을까? 우리는 교과서에서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가 친명배금 정책을 취하자 강해진 군사력을 바탕으로 명나라 정복을 노리던 후금(後金)이 배후를 안정시키기 위해 침범했다고 배운다. 하지만 이것은 일면의 진실만을 전하는 것이다. 당시 국제관계나 조·명·후금의 국력을 비교하면 전쟁은 부득한 것이었다 할 수 있으나 정작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은 다른 '사건'이었다.

경영학 교수가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우리 역사의 불편한 진실"을 다룬 이색적인 책 『말하지 않는 한국사』(최성락 지음, 페이퍼로드)에 따르면 병자호란의 직접적 발발 원인은 따로 있다.

1636년 후금의 수도 성경(盛京)에서 청나라 2대 황제 홍타이지의 즉위식이 있었다. 이미 1627년 정묘호란에서 패배하며 후금과 형제관계를 맺었던 조선도 이에 축하 사신을 파견한다. 이때 황제 즉위식에서, 참석한 주변국 모든 사신들이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절을 하는데 조선의 두 사신 나덕현과 이확은 절을 하지 않았다. 조선은 명나라 황제만을 인정하고 청나라 황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얼마나 주변의 눈길을 끌었으며 청나라 조정은 이런 모욕에 얼마나 분개했을까.

한데 청 태종의 처분은 비교적 관대했다. 사신들을 무사히 귀국시켰을 뿐 아니라 담비 가죽, 마필, 은 등을 국서와 같이 선물로 보냈다. 물론 국서에는 조선을 비난하면서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위협이 담겨 있긴 했다. 그러나 사태를 키운 것은 조선 측이었다.

우선 사신들은 국서 내용이 불온하다 해서 원본을 폐기하고 사본을 베껴 인조에게 전했다. 이를 본 조선 조정에선 난리가 났다. 그 내용은 둘째 치고 국서를 그 자리에서 찢어 버리고 청나라 황제와 신하들에게 한마디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무례한 국서를 받아온 사신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면서 나덕현과 이확은 결국 귀양살이를 가야 했다.

지은이는 청 태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고 한다. 무례한 사신들을 용서하고 국서와 선물을 보냈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게 마땅할까. 결국 청 태종은 다시 조선을 비난하는 글을 보내고 두 왕자를 볼모로 보내라고 요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조선은 그 요구를 무시할뿐더러 청나라를 달래려고 하지도 않고 협상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청 태종이 그해 12월 직접 군사를 끌고 쳐들어오니 그것이 병자호란이었다. 외교 감각도 없고, 그렇다고 군사력을 강화하지도 않은 채 단지 여진족이 오랑캐라는 이유로 싫다고만 했으니 왕자들과 신하는 물론 애꿎은 백성들까지 끌려가 곤욕을 치르게 한 것이 당대의 조선 지도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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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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