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2위 철강업체인 현대제철이 봉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인천공장을 4월부터 한 달간 전면 셧다운한다. 현대제철이 생산라인 전체를 가동 중단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현대제철은 27일 셧다운 계획을 발표하며 "단순한 정기 보수가 아닌 시황 악화로 인한 감산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단 4월 한 달 인천공장의 철근 생산을 멈춘 뒤 국내 재고 감소 추세 등 시장의 철근 공급 과잉이 완화할 때까지 감산 조치를 유지할 계획이어서 셧다운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봉형강은 건설, 기계, 자동차, 조선, 에너지·플랜트 산업 등에 두루 쓰이는 기초 철강 소재다. 현대제철은 국내 봉형강 최대 공급사다.
현대제철은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 트럼프의 철강 25% 관세 부과, 한 달째 계속되는 노조 파업 등 대내외 악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현대제철은 앞서 지난 14일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만 50세(1975년생) 이상 일반직, 연구직, 기술직을 대상으로 26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현대제철은 앞서 건설사 철근을 주로 생산하다가 중국산 저가 철근 수입으로 가동률이 10%대로 떨어진 포항2공장의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노조가 반발하자 일부 재가동했으나 1200여명의 포항공장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당진제철소 및 인천공장 전환 배치를 신청 받아 사실상 폐쇄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상당수 제철 생산 기반을 미국으로 옮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향후 4년간 210억달러의 추가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대제철이 건립할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미국인 1300명을 신규 고용하게 될 것" "더 자립적이고 안정적인 미국의 자동차 공급망을 위한 근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저탄소 자동차 강판을 특화 생산할 연간 270만t 생산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될 전기차 등 차량용 철강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