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7:35 (화)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45) 제 꾀에 넘어간 '당나귀'의 투신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45) 제 꾀에 넘어간 '당나귀'의 투신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webmaster@econotelling.com
  • 승인 2025.03.2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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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정보 자주 접하면서 잦은 매매 … 최신 정보에 솔깃하면 ' 수익률에 나쁜 영향 '
최신 정보 의존성은 장기적 투자시각을 유지하려는 노력 통해 얼마든지 극복 가능

날마다 이 물건 저 물건을 운반하는 나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나귀는 무거운 소금짐을 지게 됐습니다.소금이 잔뜩 들어 있는 푸대가 얼마나 무거웠던지 힘센 나귀조차 다리가 휘청거렸습니다. 힘들게 강을 건너던 나귀는 비틀거리다 강물 속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나귀는 한동안 물속에서 버둥거리다가 간신히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무거운 짐이 아주 가벼워진 것입니다. 나귀가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동안, 소금이 물에 많이 녹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된 일이지? 강물에 빠지고 나니까 짐이 아주 가벼워졌어." 나귀는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나귀는 솜을 지고 가게 됐습니다. 가벼운 솜은 부피만 클 뿐 그다지 무겁지 않았습니다. 나귀는 별로 힘들지 않게 짐을 나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둑에 다다르자 나귀는 꾀가 났습니다. 지난 번에 그렇게 무거운 소금짐도 물에 빠지니까 가볍게 됐는데, 이렇게 가벼운 솜이 물에 빠지면 거의 무게를 느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귀는 일부러 비틀거리다 물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솜이 물을 잔뜩 빨아들여서 몇 배로 무거워졌습니다. "짐이 너무나 무거워서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네. 내가 그만 내 꾀에 넘어가고 말았구나." 나귀는 강물에서 빠져 나오려고 온갖 애를 썼지만 허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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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 가장 최근에 들은 정보에 좌우되는 현상을 '최신효과'라고 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과잉 공포 부르는 '최신효과'=여러 가지 물건을 짊어 나르던 나귀에게 가장 최근의 짐은 물에 녹아 내리는 소금이었습니다.

물에 빠진 후 소금짐의 무게가 덜 나가자 부피만 컸지 무게는 얼마 나가지 않는 솜은 별 생각 없이 짊어지만 솜은 물에 젖으면 소금과 달리 천근만근의 짐으로 변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소금이 고춧가루처럼 물에 잘 녹지 않는 것이었다면 나귀는 일부러 물에 빠지는 꾀를 내지 않았고 목숨도 건질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 가장 최근에 들은 정보에 좌우되는 현상을 '최신효과'라고 합니다. '마지막 효과'라고도 하는데, 그 마지막이 충격적일수록 최신효과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여기서 퀴즈 하나. 상어에게 물려 죽을 확률과 하늘에서 떨어진 비행기 부품에 맞아 죽을 확률 중 어느 쪽이 더 높을까요? 아마 상어에게 물려 죽을 확률이라는 답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하늘에서 떨어진 비행기 부품에 맞아 죽을 확률이 상어에게 물려 죽을 확률보다 30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상어에게 물려 죽을 확률이 높다고 착각하는 것은 사람들이 상어 출몰에 관한 뉴스를 자주 접해 과대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최신효과의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직원들에 대한 업적 평가를 할 때 전체 기간의 실적을 평가하기보다 최근 실적이나 능력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직원들은 업적평가 시기가 다가올수록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다가 평가기간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느슨한 근무자세로 돌아갑니다. 이런 회사는 잘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최신효과와 사촌쯤 되는 심리현상이 있습니다. '초두효과'입니다. '첫인상 효과'라고도 하는데,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43편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정박 효과'와 같은 개념입니다. 처음에 제시된 정보에 영향을 받는 현상을 뜻합니다.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는 거의 항상 동시에 일어나지요. 예를 들어, 말하기 대회 같은 것을 할 때, 첫 번호와 마지막 번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 때문인데요. 첫 번호는 강렬한 인상을 남겨 기억하기 쉽게 해주고, 마지막 번호는 단기 기억 하기가 쉬워서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학교나 회사에서 발표 같은 걸 할 때에 처음이나 마지막에 하는 게 기억에 남기 쉬우며 각종 경연에서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겨루는 경우 맨 나중 참가자가 유리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주식투자에 나선 투자자도 과거 최고가가 영향(초두효과)을 미치기도 하지만 최신 정보에 좌지우지되기도 합니다.

사람의 인상에도 최신 효과와 초두효과가 동시에 작용합니다. 물론 초두 효과가 더 큰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첫인상이 그저 그랬거나 처음 정보의 가치가 낮을 경우 초두 효과는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최신 효과가 더 큰 영향을 끼치겠죠. 초두 효과가 제대로 발휘했다 하더라도 최근 정보가 첫 정보와 매우 차이가 나거나 하면 최신 효과가 더 두드러지기 마련입니다.

◇최신효과 덫에 걸린 주식투자자들=초두효과는 지난 43편 '정박효과'에서 충분한 설명을 했으므로 이번에는 최신효과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주식시장은 최신효과가 춤을 추는 곳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최신 정보, 충격적인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주가 상승 기간엔 투자에 유리한 정보만 귀에 들어오게 되므로 기회를 과대평가하고 위험을 과소평가합니다. 주가 하락과 금융위기를 예측하는 신문기사를 봤을 때 투자자들은 최신효과가 작용해 앞으로의 위험을 과대평가합니다. 위험을 과대평가하게 되면 주가 상승을 암시하는 정보를 무시하고 손실회피심리에 빠지죠.

주식시장에서 최신효과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관련이 깊습니다. 스마트폰 덕에 주식 투자자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매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투자자들의 매매수단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컴퓨터였습니다. 그러나 이들 기기는 사무실이나 집이 아니면 사용이 불편합니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주식매매를 가능하게 합니다. 대신 투자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매매가 잦아지게 됩니다. 최신효과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잦은 매매는 여러 실험에서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모 증권사가 2015년 한해 동안 자사 고객의 투자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주식매매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낮았습니다. 회전율 100% 이하 그룹의 연간 수익률은 7.1%인 데 비해 회전율 2000% 이상 그룹의 연간 수익률은 -18.4%였습니다. 같은 기간에 코스피는 2.4%, 코스닥은 25.7%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수익률이 더 낮아지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주식매매에 따른 수수료와 세금, 즉 거래비용이었죠.

그렇다면 최신효과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최신효과의 주범인 최신 정보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고 계좌를 자주 확인하지 마라입니다. 계좌를 틈만 나면 들여다 보는 투자자는 아무래도 조급증의 포로가 돼 매매회전이 빨라지게 됩니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놓고 매매를 하는 것도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장기 투자에 방해가 돼서입니다. 스마트폰보다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컴퓨터가 최신효과의 덫에 걸려들 가능성을 낮춥니다.

최신 효과는 최근 경험과 정보에 의존하려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경향이지만, 장기적인 시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이 결정을 장기적으로 바라볼 때 어떤 영향을 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를 통해 최근 경험에 휘둘리지 않고, 더 일관성 있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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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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