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내면서도 오프라인 영업점을 대거 줄이고 있다. 온라인 비대면 금융 확산과 경영 효율 등을 내세우지만, 모바일·인터넷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금융계에 따면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28개 영업점을 폐쇄하기로 했다. 3월 7일 27개 점, 3월 31일 1개점이 문을 닫고 인근 영업점과 합친다.
폐쇄 예정 점포는 서울 건대역·까치산역·답십리·동대문패션타운·목동중앙·북악·서울역·신길서·신당역·제기동·조원동점, 경기 광명·매탄동·본오동·상일동·신갈·의정부·판교벤처밸리·평촌스마트·행신동·경기도청점, 인천 부흥오거리·임학동점, 대전 둔산크로바점, 울산 삼산점, 부산 안락동·좌동점, 경북 포항해병대점이다.
KB국민은행은 "대면 고객 상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더 쾌적한 환경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접근성 문제와 관련해선 "이용 편의성을 고려해 반경 1㎞ 이내 거리 영업점들과 통합하는 것"이라며 "고객이 편리하게 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점심시간 집중 운영' 특화 점포를 최근 전국 41개로 늘렸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점포도 현재 82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28개 영업점을 없앴다. 신한은행은 "올해 없어진 28개 지점 가운데 27개는 점포 대형화 방침에 따라 한 건물에 분리돼있던 기업영업점과 리테일(소매)영업점을 통합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영업점 수는 2023년 말 3927개에서 10일 현재 3790개로 1년 1개월 사이 137개 줄었다. 다음 달 KB 영업점 통폐합이 마무리되고, 다른 은행들에 변동이 없다면 165개 지점이 없어지는 셈이다.
은행별 2023년 말 대비 오는 3월 말 기준 예상 영업점 증감 규모는 ▲KB국민은행 -25개 ▲신한은행 -57개 ▲하나은행 +5개 ▲우리은행 -52개 ▲NH농협은행 -36개다.
은행들로서 대부분 입출금과 대출의 상당 부분이 모바일앱·웹 등 온라인 비대면 채널로 이뤄지고 있어 효율성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영업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의 막대한 이익을 감안할 때 오프라인 고객의 불편을 가중하는 영업점 축소가 절박한 조치인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공시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순이익은 16조4205억원에 이른다. 순이익보다 이자이익이 더 많다. 4대 금융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41조8760억원으로 2023년(40조6212억원)보다 3.1% 늘었다. 사상 최대 규모다.
게다가 금융노조가 주 4.5일 근무제와 함께 영업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그렇지 않아도 긴 은행 대기 줄이 더 길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금융노조 지난 6일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주 4.5일제 도입'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