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줄여 '저축 밑천' 늘리면 애쓰지 않고도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 가능
어떤 농부가 아름다운 거위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거위는 보통 거위가 아니었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특별한 거위였습니다. 농부는 거위를 정성스럽게 길렀습니다.
거위는 하루에 한 알씩 황금알을 낳았습니다. 덕분에 농부는 부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애지중지하며 잘 보살피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위는 하루에 한 개씩만 황금알을 낳잖아. 하지만 거위의 뱃속에는 수많은 황금알이 들어 있을 거야. 그걸 한꺼번에 꺼내 내다 팔면 나는 큰 부자가 될 수 있을걸. 그래, 하나씩 낳기를 기다리지 말고 거위를 잡아 알을 모두 꺼내야지."
농부는 곧 고위를 잡아 배를 갈랐습니다. 서둘러 거위의 뱃속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황금알이 들어 있을 거라 생각했던 배는 다른 보통 거위와 똑같았습니다. "아!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단 말인가. 큰 욕심을 부리다가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게 되고 말았구나." 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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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대원칙 '하이 리스크 하이리턴'=농부가 더 많은 황금알을 가지고 싶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게 됐습니다. 그 결과 한꺼번에 많은 황금알을 얻으려는 소망이 물거품이 됐음은 물론 매일 하니씩 얻을 수 있던 황금알도 더 이상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 우화에서 우리는 종잣돈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 거위는 종잣돈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종잣돈이란 재산을 늘리거나 사업을 할 때 밑천이 되는 돈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원금이라고도 합니다. 황금알은 이자 혹은 수익에 해당하고요. 종잣돈은 이자 수입이나 투자 수익을 얻는 원천이 되지만 만약 잠시 욕심에 눈이 멀어 손실을 입거나 하면 돈을 불리기가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투자를 잘못해 50% 손실을 입었다고 합시다. 원금은 반토막이 났지만 원금을 회복하려면 50%가 아닌 100%의 수익률을 올려야 합니다. 한번 손실을 보면 원금 회복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웁니다. 아마도 퇴직을 10년 정도 앞두고 있다면 1순위는 노후자금 마련일 것입니다. 노후자금을 불리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끈기와 참을성을 키워야 하고 유혹을 떨칠 수 있는 냉정함도 유지해야 합니다. 쓸 데가 생겼다고 노후자금을 헐면 노후는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 노후를 위한 재산증식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젊을 때는 재산증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지만 나이가 들면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재산증식 방법은 자금의 수익률을 높이든지, 아니면 저축 규모를 늘리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수익률만 높인다면 현재 지출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다 빨리 목돈을 마련할 수 있어 똑똑한 방법처럼 보입니다. 남들이 하는 것을 보면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익률을 높인다는 것은 단순히 정기적금이나 정기예금 같은 저축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무엇이든 투자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테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죠. 하지만 투자에 성공한다는 것이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닙니다. 단기간에 수익률을 올리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하고서야 실감할 것입니다. 게다가 운도 따라줘야 합니다. 개인이 단기간에 투자에 성공했다면 90%가 운입니다.
투자의 대원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수익률이 높아지면 리스크, 즉 원금 손실 가능성도 커진다는 뜻입니다. 왜 그런지 살펴보죠. 리스크가 매우 큰 상품이지만 투자자에게는 무위험 이자율만 준다고 가정해보죠. 무위험 수익률이란 투자하면 기본적으로 받게 되는 수익률입니다. 보통 위험이 전혀 없는 국채 수익률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원금 손실 위험은 크지만 수익률이 쥐꼬리인 상품에 가입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인기가 떨어지면 가격도 내려갑니다. 가격이 내려가면 기대수익률도 서서히 올라갑니다. 동일한 상품을 싼 가격에 사는 거니까 당연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가격하락은 리스크 프리미엄(투자 위험의 크기에 따라 얻게 되는 보상)이 어느 정도 생길 때까지 계속됩니다. 결국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원칙이 시장의 가격 기능에 의해 자동적으로 실현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수익이 높은 상품은 그만큼 원금 손실 가능성도 크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일반 은행예금보다 저축은행 금리가 높고, 채권보다는 주식의 수익률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부도 가능성이 크고, 주식은 채권보다 시세 변동에 의한 수익률 등락이 심합니다.
불확실한 수익률을 높이고자 애쓰려다 잘못되면 알토란 같은 원금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황금알을 더 많이 얻으려다 거위를 죽인 농부처럼 말이죠. 그럼 안전하게 재산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저축액 자체를 늘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시장을 맘대로 할 수 없지만 얼마 저축할지에 대해선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저축규모를 늘리려면 소득을 키워야 하는데 매우 힘든 일입니다. 승진을 하거나 몸값을 올려 이직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소득창출 효과를 가진 간접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출통제'입니다.
◇월 지출 10% 줄여 저축했더니 연 13% 수익=지출통제란 긴요하지 않은 소비를 억제하거나 돈이 새나가는 구멍을 틀어막는 것을 말합니다.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어렵지 않게 입증할 수 있습니다. 월급 200만원을 받는 사람이 이중 50%인 100만원을 연 6%짜리 금융상품에 저축하고, 나머지를 소비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여기서 지출을 10% 줄여 투자를 늘리면 월 저축금은 10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 10만원을 원금이 아닌 이자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출을 줄여 저축을 하는 것이므로 이자로 보자는 뜻입니다. 월 110만원씩 연 6%의 적금을 들어 1년후 원금과 이자를 합치면 1356만2934원이 생깁니다. 이를 원금 1200만원 기준 실질수익률로 환산하면 연 13%나 됩니다. 요즘같은 고금리에도 10% 수익을 올렸다면 잘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지출을 줄여 저축금을 늘리면 그렇게 애쓰지 않고도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그러나 무작정 절약해 남는 돈을 저축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나친 절약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과도한 지출통제로 인한 피로감이 쌓여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종잣돈을 만들려는 목적이 노후 삶을 풍요롭게 하자는 것이 아닙니까? 지출을 억제할 때엔 심리적 부담이 적은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에 옮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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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