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이후 경제상황에 대해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심리 악화로 인해 경기 하방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KDI는 8일 발간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특히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심리가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KDI가 '경기 하방' 위험을 거론한 것은 2023년 1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KDI는 "최근 정국 불안에도 환율 및 주가 등 금융시장 지표의 동요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으나,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계엄 사태로 가계와 기업 심리가 냉각됐다고 지적했다.
KDI는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비교하면 금융시장 지표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에 비해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제한적인 가운데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낮은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KDI는 그러나 "소비자심리지수가 과거에는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 하락했지만 최근에는 1개월 만에 12.3포인트 하락하였으며, 기업심리지수도 과거와 달리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과 수출은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건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도 미약한 흐름을 보인다"며 탄핵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