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줄 라디에이터 그릴 금형 문제에 왕 회장"한 사람 할 일 여섯사람해"
6달 걸릴 예정이던 금형 일본에서 석달만에 들어와 쏘나타신화 완성

즉석에서 왕회장의 지시가 떨어졌으니 현대 자동차 전체에서 난리가 났다.
스텔라의 크기를 키울 수 있는 모든 방법이 동원됐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바꾸고, 범퍼를 앞으로 뺐다. 번쩍거리는 몰딩도 추가했다.
왕 회장이 물었다. "이거 다 바꾸는데 얼마나 걸려?"
"라디에이터 그릴이 제일 문제입니다. 6개월 정도 입니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려?"
"금형을 일본에서 만들어갖고 와야 합니다."
"그래? 라디에이터 그릴 갖고 와봐."
라디에이터 그릴은 6줄이었고, 은박도금이 돼 있었다.
"금형은 몇 명이 파?"
"보통 한 명이 합니다."
"그럼 여섯 명이 한 줄씩 파면 한 달이면 되겠네."
자재 담당의 말문이 막혔다.
"일본에 연락해서 한번 해보겠습니다."

정 회장의 아이디어를 일본의 금형 회사에 전달했다. 한 달은 아니었지만 3개월 만에 금형이 도착 할 수 있었다.
당시 기술 책임자였던 이충구 사장은 "당시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빼놓지 않고 다 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온 승용차가 현대자동차의 최고 히트작인 쏘나타 Sonata다. 85년에 스텔라의 후속작으로 처음 모습을 보인 쏘나타는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인기를 시샘한 일부에서 첫 이름인 '소나타'를 '소나 타'라며 비아냥대자 이름을 '쏘나타'로 바꾸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쏘나타는 2022년 현재 8세대 모델까지 진화하면서 37년째 한국을 대표하는 중형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생산 현장에서 즉석 신차 개발 회의를 한 셈이었다. 사실 신차 개발은 설계자, 디자이너, 기술자, 판매, 홍보 등 거의 모든 관계자가 몇 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끙끙대야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판매 보고하는 자리에서 회장의 "그럼 사이즈 키워" 한 마디에 신차가 개발됐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도 최고의 히트작을.
엉터리라고 해야 하나,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현상만 놓고 보면 운이 좋았다는 해석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정주영 회장이 평소에 말했듯이 '잘 때도 항상 생각하고,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결코 단잠을 자지 못했던'결과라고 해석하고 싶다.<계속>
---------------------------------------------------

■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