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해 "특히 부채가 부동산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창용 총재는 5일 한은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와 한은의 공동 정책 심포지엄 축사에서 "우리나라의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는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어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총재는 "가계 부문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0년 초반 50%대에서 코로나 직후 10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지속해서 빠르게 늘었다"며 "이는 가계가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부채에 크게 의존해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구성을 보더라도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80%에 달해 미국(37%)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기업대출 역시 부동산으로의 쏠림이 상당히 커졌다"며 "부동산 부문에 장기간 자금이 유입되면서 2010년 말 GDP 대비 9%였던 기업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에는 24%까지 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자금이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집중됨에 따라 자원배분의 비효율과 성장동력의 약화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부동산 부문으로의 지나친 자금 쏠림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며 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 나타날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 총재는 "최근에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성장과 금융안정 간 상충 우려에 대한 고려가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며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 소비를 진작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지만, 금리인하가 민간 신용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같이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외 금융 여건이 더욱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자금이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저출생 등 구조적 문제로 성장동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더 많은 신용이 공급되게 유도해 우리 경제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