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08:50 (화)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 ④ 중국 때리기와 일본 때리기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7)과잉생산 위기…'왓 위민 원트' ④ 중국 때리기와 일본 때리기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4.11.1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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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안보보좌관"중국산 전기차에 301조 적용해 관세 높인 것은 제2의 '차이나 쇼크' 방지용"
1980년대'일본 때리기'(Japan Bashing)와 비슷 …달러 시장에 팔라는 '플라자 합의' 연상

미국은, "중국의 과잉생산이 문제"라고 말한다. 요즘 점점 더 심해진다. '중국 때리기'다. 40년 전 '일본 때리기'가 자꾸 생각난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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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자국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고, 이를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세계 시장에 과잉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많은 업체가 폐업하고 공급망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 (우리가 지난 5월) 중국 전기차에 대해 301조를 적용시켜 관세를 높인 것은 제2의 '차이나 쇼크'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10월 23일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에서 연설한 내용 중 일부다. 몇몇 용어가 눈에 띈다. '자국 수요보다 더 많은 생산', '과잉공급', '차이나 쇼크', '301조' 등이 그렇다. '자국 수요보다 더 많은 생산'은 '과잉생산'이란 용어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과잉생산'에 대한 설리번의 인식도 보여준다. '자국 수요를 넘어서는 생산'이란 뜻이다.

■ 중국의 저가ㆍ대량생산 … 찬사에서 비난으로

중국 제6대 국가주석 후진타오. 자료=Wikipedia
중국 제6대 국가주석 후진타오. 자료=Wikipedia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과잉생산'이란 용어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거의 매일 언론을 탄다. 이중 상당수는 중국에 대한 것이다. 시각은 설리번 보좌관과 비슷하다. "중국은 자국 수요보다 더 많이 생산해 … 세계시장에 과잉 공급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말이 안 된다. 중국은 수출 국가다. 그런 나라가, 수출을 목적으로, 자국 수요 이상의 상품을 생산하면 과잉생산이라고? 그럼 자기 나라에서 팔 것만 만들라는 얘기인가?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으니 우선 이것부터 밝히자. 필자는, 친중(親中)도 친미(親美)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친중보다는 친미 쪽이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 안 되는 것은, 미국이든 중국이든, 말이 안 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은 미국에서 소비하는 것만 생산하나? 한국이 만드는 자동차나 반도체는 국내 소비량을 훨씬 초과한다. 그렇다면 이 역시 과잉생산인가?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이 미중수교를 체결할 즈음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하며 개방ㆍ개혁 정책을 펼친다. 공산주의 나라지만 '시장경제'를 도입하겠다는 얘기였다. 이후 중국이 걸어온 노선은 한결같았다. 싼 임금을 활용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싼 물건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으로 1990년대 장쩌민(江澤民)의 중국은 놀라운 성과를 거둔다. 연간 두 자리 수의 성장을 구가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섰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본격적으로 세계화의 시대가 열렸고 1995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것은 2001년. 이후 2002년부터 2012년, 중국호(號)는 후진타오(胡錦濤)가 몰았다. 전략도 성과도 계속됐다. 재임 10년 동안 중국 GDP는 1조5000억 달러에서 8조5000억 달러로 5.7배 성장한다. 그리고 2010년 마침내 일본을 밀어내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다. 이로써 세계는 'G2 시대'로 접어든다.

세계는 이 같은 중국에 열광했다. 너도나도 중국행이었다. 싸게 제품을 생산해 세계에 내다 팔았다. 시간이 가면서 노동자 임금도 올랐지만 이는 중국 내부 시장의 확장에 기여했다. 그뿐 아니다. 중국의 '싼 제품' 덕에 금리를 낮춰 경제를 부양해도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달러를 수출해 소비를 늘리는 미국'은 이 같은 중국 덕을 톡톡히 봤다. 과감한 금리 인하로 2008년 경제위기를 짧은 시간 내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24년 10월 현재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왜 '칭찬'이 '비판'으로 바뀐 것일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중국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세계 최강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그리고 미국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냈다. 미국에 반대하는 나라 중심으로 브릭스(BRICS)를 구성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유 결제를 위안화로 한다는 내용의 협약까지 맺었다. 미국으로서는 간담이 서늘해질 일이다. 이뿐 아니다. 중국은 지난 수 년 간 미국 국채를 팔고 금을 사 왔다. 누가 봐도 달러에서 위안화로의 패권 이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둘째, 중국이 성장의 과실을 독식(獨食)하려 했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 40여 년 간 중국은 자본주의 기업들 덕에 컸다. 엄청난 자본을 투자했고 상품을 세계에 내다 팔아줬다. 그리고 성장의 과실을 나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중국은 과실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집권 후 심해졌다.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힘들여 남 좋은 일 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 조금씩 중국을 탈출하는 기업이 생겨났고 그 수가 점점 늘었다.

이를 반길 외국 기업은 없다. "혼자 잘 먹고 잘 살라"는 심보가 생겼다. 그러자 중국은 '남'이 됐다. 미국이 중국 비판에 앞장섰다. 중국이 "과잉생산을 유발한다"며 온갖 규제를 들이댄다. 반도체 등 핵심 제품은 중국 수출을 금지시키고, 중국 제품에 대해서는 엄청난 관세를 때려 미국에 대한 수출을 막고, 동맹국들에게 미국을 따를 것을 요구한다.

셋째, 민간 기업에 대한 억압도 문제.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선부론'을 '모두 함께 부자가 되자'는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으로 바꿨다. 국영ㆍ공기업 우선의 기업 정책은 그 결과다. "민간 기업은 탄압 대상"이란 말까지 나왔다. 말 잘 못했다가 치도곤을 당한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을 보라. 나아가 중국 정부는 외국인의 입을 막고 발을 묶었다. 2023년 7월 시행된 '반(反)간첩법'으로 말 잘못하면 간첩으로 몰리고 철창신세까지 져야 한다.

■ '잃어버린 10년' 시작에 '일본 때리기' 사라져

일본 차를 때려 부수는 미국 노동자. 자료=Th World.
일본 차를 때려 부수는 미국 노동자. 자료=Th World.

미국은 지금 열심히 중국을 때리고 있다. 우리는 이미 이 같은 미국의 '때리기' 사례를 안다. 1980년대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가 그것이다. 강(强)달러ㆍ감세 정책을 추구했던 레이건 정부는 당시 심각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레이건 정부는 '강달러' 정책을 '약(弱)달러' 정책으로 수정한다. 1985년 9월 22일 일요일, G5 중앙은행장과 재정 담당 장관을 모아 일거에 합의를 이끌어 낸다. 각 나라가 갖고 있는 달러를 시장에 팔라고 강요한다. 이게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다.

세월이 많이 갔다. 우리는 당시 미국이 얼마나 집요하게 일본을 때렸는지 잘 모른다. 아는 것은 그저 플라자 합의 정도다. 조금만 더 알아보자.

9월 23일 월요일. 플라자 합의 결정 다음날이었다. 그날 레이건은 백악관에 초청한 재계 인사를 상대로 이런 연설을 한다. "자유무역은 공정무역이며 다른 나라의 수출을 막기 위해 자국 시장을 폐쇄한다면 이는 더 이상 자유무역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일본은 경악했다. 레이건의 말이 일본을 상대로 했던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환율조정을 약속한 서류에, 시쳇말로 '잉크도 마르기 전'에 레이건은 다시 한 번 '폭탄'을 터뜨렸던 것이다.

이 '폭탄'은 '수정주의'로 불리는 마른 수풀에 떨어졌다. 1980년대 초, 일본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태어난 수정주의는 일본을 '수정 자본주의'로 규정한다. 그리고 미국의 무역적자는 바로 일본의 이 '수정자본주의' 때문이라고 봤다.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간섭, 주요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인간관계 중심의 판매망…. 레이건의 '불공정 무역'과 학계에서 나온 '수정주의' 주장은 하나가 돼 미국의 반일 감정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1980년대 후반 엔고를 이용한 미국 내 부동산 및 기업 사재기가 이뤄지자 미국의 반일감정은 극으로 치달았다.

이 같은 '정점'의 반일 감정과 '일본 때리기'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끝났을까? 이를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언제 끝났냐고? 1990년대 초다. 어떻게? '흐지부지'다. 1990년대 초 일본의 경제 버블이 꺼지면서 일본경제가 붕괴 조짐을 보이자 미국 내 '일본 때리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사라진다. 1990년대 들어 미국에서는 일본 자동차를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도, 수정자본주의론도, 불공정무역론도 논쟁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2020년대 중반 펼쳐지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어떻게 될까? 일본과 같은 길을 갈까? 알 수 없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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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대기자 ❙ 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 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 ❙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 ❙ 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 ❙ 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식민과 제국의 길』『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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