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재산 내 것처럼 아끼는 일 중요…지구 온난화, 공유재산 환경 소홀히 한 대가
꽃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특히 장미꽃을 좋아했습니다. 사람들은 마을 한가운데 있는 광장에 아름다운 장미 정원을 꾸며 놓고 시간이 나는 대로 찾아가서 장미꽃을 구경하고 돌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의 색깔은 서로 달랐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절반은 노란 장미를 좋아했지만 나머지는 빨간 장미를 좋아했습니다. "어떻게 빨간 장미를 좋아할 수 있을까? 그 꽃은 너무 색깔이 붉어 품의가 없어."
"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런 보잘 것 없는 꽃을 좋아하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그들은 서로의 취향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미 사원에 갈 때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미꽃을 더욱 돋 보이게 하려고 다른 색의 장미를 몰래 뽑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노란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빨간 장미를 몇 송이씩 뽑아 버렸고 빨간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노란 장미를 뽑아버렸습니다.
노란 장미와 빨간 장미는 점점 꽃송이가 줄어들었습니다. 마침내 마을 광장의 아름다운 장미정원은 황폐해지고 보기 싫은 폐허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

◇공유재산 vs 사유재산= 우리 주위에 있는 물건은 대부분 소유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인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하기 위해 물건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는 이러한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길부터 출발합니다.
그러나 사유재산이 아닌 것들도 있습니다. 정해진 주인이 없어 여러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을 '공유재산'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장미 정원이 공유재산입니다. 공기, 강, 산 풀과 나무, 바다 등이 공유재산입니다.
그러나 공유재산은 주인이 없다 보니 제대로 관리되지 않습니다. 공기와 강물이 쉽게 오염되고 바다의 물고기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산과 나무들은 누군가 마구 베어갑니다. 공유재산은 주인이 따로 없어 사람들이 함부로 사용하거나 쉽게 훼손합니다.
하지만 사유재산은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소는 하루에도 수만 마리씩 도축되지만 멸종 위험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고래는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유재산인 소를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도 치고 좋은 사료를 먹이며 소의 숫자를 늘리려왔습니다. 하지만 공유재산인 고래에 대해서는 남보다 먼저 사냥하려고 덤벼들었습니다. 고래의 수가 줄어들다고 어부들끼리 그만 잡자고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결국은 약속을 지킨 어부만 손해를 봤습니다. 급기야 전 세계가 나서 포획을 금지하는 등 고래 보호운동에 나선 덕에 그나마 고래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이기심으로 황폐화하는 공유재산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사람은 미국의 인류학자 개릿 하딩입니다. 그는 논문 '목초지의 비극'을 통해 "마을 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동의 목초지가 있다고 가정하고 이떤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공동 목초지를 이용하게 되면 서로 앞 다투어 더 많은 양을 방목하게 된다. 그러면 목초지는 양들로 붐비게 되고 풀이 자라는 속도보다 양들이 풀을 뜯어 먹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황무지가 된다. 이같은 공유지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유재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공재'는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춘 재화가 해당합니다. 여기서 비배제성이란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서비스 공급이 중단되지 않는 성질을 뜻하며 비경합성이란 한 사람이 소비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소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특성을 말합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재화는 사적인 소유보다는 모두가 함께 나누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논리하에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 기관이 담당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의료서비스가 공공재라고?= 이와 관련해 최근엔 정부의 강제적인 의사증원에 나서자 의사 집단이 반발하며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업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의료서비스가 공공재냐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의료서비스는 공공재의 특성과는 거래가 멉니다. 민간재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의사 육성, 병원 운영 등에 비용을 부담하는 관리자 역할도 한 적도 없습니다. 요즘 정부와 의료계가 한 치의 양보없이 충돌하고 있는 사태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거둬지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다시 공유재산 문제로 돌아가서 게릿 하딩이 제안한 '필요한' 경우 사유재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공유재산에 사유재산을 부여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공기나 고래, 산속의 곰에게 사유재산권이 있다면 아마 큰 혼란이 닥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유재산권을 부여하기 힘든 공유재산에 대해 정부는 각종 규제를 가하는 방법으로 보호합니다. 한강에 폐수를 흘린 기업을 적발해 처벌한다든지, 공기를 더럽히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을 단속합니다. 또 고래는 포획할 수 있는 시기와 마릿수 등을 미리 정해 놓고 이를 어기면 법을 줍니다.
규제를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요즘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따지고 보면 환경이란 공유재산 보호를 소홀히 한 데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공기를 오염시키고 그 결과 지구가 따뜻해져 빙산이 녹고 홍수와 가뭄 등의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우리 모두가 공유재산을 내 것처럼 아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두를 위한 공유재산을 나만 사용하겠다는 이기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구의 종말은 언제 다가올지 모릅니다.
---------------------------------------------------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