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22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며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아파트값이 뛰고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부동산·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켜 이자 부담 경감 등 경기회복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하반기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연 3.50%)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올린 뒤 지난해 2·4·5·7·8·10·11월과 올해 1·2·4·5·7월에 이어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한은 설립 이래 횟수, 기간 모두 역대 최장 동결 기록이다.
이날 금융통화위원들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들어오는 시그널을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기준금리 동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부진을 가속할 위험이 있는 반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현재는 금리 동결이 좋지 않은가 하는 게 금융통화위원들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라고 전했다. 7월 금통위와 비교하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 수가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금리인하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박과 시장의 기대에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미룬 것은 불안한 부동산·금융시장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랐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를 압박하자 은행들이 7월 이후 여러 차례 대출금리를 올렸지만 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8월 들어서만 4조1795억원 늘었다.
통화정책의 제1 목표인 물가도 목표(상승룰 2%) 안착을 아직 확신할 상황은 아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2.4%에서 7월 2.6%로 올랐고 중동사태 전개 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 폭염 속 농산물 작황 부진 등 불안요소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시장의 기대대로 9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하면 한은도 이르면 10월 피벗에 나설 것으로 본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면 한은도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0.25%포인트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했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기존 2.5%에서 2.4%로 0.1%포인트 낮췄다. 앞서 1분기 깜짝 성장(전분기 대비 1.3%)을 반영해 지난 5월 성장률 전망을 2.5%로 높였다가 2분기 마이너스 성장(-0.2%)을 반영해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2.6%에서 2.5%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