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7:20 (화)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30) 매미의 위기 알린 여우의 똥…금리와 투자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30) 매미의 위기 알린 여우의 똥…금리와 투자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webmaster@econotelling.com
  • 승인 2024.07.25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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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을 방치하면 큰 사고가 닥친다는 '하인리히 법칙'은 금융시장서도 작동
시장금리의 이상 기류…장기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면 경기침체로 이어져

매미가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 위에서 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여우가 매미의 노랫소리를 들었습니다.

'매미가 노래를 부르고 있네. 마침 배도 고픈데 저 녀석이나 잡아먹어야지. 그런데 높은 나무에 앉아 있으니까 잡아먹을 수가 없구나. 내가 올라갈 수도 없고···. 어떻게 저 녀석을 내려오게 만들지?'

꾀 많은 여우가 곧장 매미가 있는 나무 밑으로 달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정말 노래를 잘 부르는군요. 저 같은 음치도 당신의 노랫소리를 들으니까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네요."

여우는 침이 마르도록 매미를 칭찬했습니다.

"저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기 때문에 당신처럼 노래를 잘하는 분을 친구로 두는 것이 소원입니다. 당신과 친구가 되어 당신의 노랫소리를 날마다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리 내려와 저와 같이 놀지 않겠어요? 그리 해주면 당신이 좋아하는 맛있는 과일을 많이 따다 줄 수도 있어요."

잠시 후 매미가 여우를 내려다보면서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를 그렇게 칭찬해주시다니. 저도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지금 당장 내려갈게요."

이렇게 말한 매미는 나무 밑으로 내려가는 대신 나뭇잎을 하나 따 여우 앞으로 떨어뜨렸습니다. 매미가 떨어지는 줄 알았던 여우는 재빠르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여우가 잡은 것은 매미가 아니라 매미가 떨어뜨린 나뭇잎이었습니다. 매미는 여우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내가 내려갈 거라고 믿었다면, 너의 오산이야. 나는 여우의 똥에서 매미 친구들의 날개를 발견한 이후 여우를 믿지 않기로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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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닥칠 위험이나 위기를 미리 알아챌 수 있다면 지혜로운 사람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소한 것이 큰 사고로 이어진다

매미는 다른 매미들의 불행을 통해 여우에게 속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닥친 나쁜 일을 보면서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나에게 닥칠 위험이나 위기를 미리 알아챌 수 있다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이 이야기의 매미처럼 사소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소한 것을 방치하면 큰 사고가 닥친다는 말도 되겠죠. 1920년대에 미국의 보험회사 직원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 1885~1962)는 7만 5천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아주 흥미로운 법칙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1931년 《산업재해예방(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산업 안전에 대한 '1 : 29 : 300' 법칙을 주장했습니다. 이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산업재해 중에서도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러나 하인리히의 '1 : 29 : 300' 법칙은 현대에 들어와 그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해당 비율과 관련된 결론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그의 저서가 개정될 때마다 수정되었으므로 그 결과가 유효한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어쨌든 하인리히 법칙은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발견해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만약 매미가 여우의 똥에서 동료들의 날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여우의 꼬임에 넘어가 먹잇감이 됐을지도 모르잖아요. 하인리히 법칙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사소한 것이 큰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둘째, 작은 사고 하나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진다.

소 한마리 또는 일부를 잃었을 때는 외양간을 고치면 그나마 남은 소들이라도 지킬 수 있지만, 소들을 다 잃어버린 뒤에는 무엇을 한들 소용이 없습니다. 때문에 하인리히 법칙은 산업 현장에서의 재해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나 재난 또는 경제 위기나 실패와 관련된 법칙으로 확장 해석되고 있습니다.

◇금리는 돈의 가격= 금리는 경제의 앞날을 예고하는 신호입니다.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커다란 경제적 파장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여기에도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금리는 돈의 가격입니다. 돈의 값은 일반 물건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다시 말해 자금이 거래되는 금융시장에서 자금 공급자(투자자)와 자금 수요자(정부·기업 등) 사이에서 결정되는 이자율을 뜻합니다.

자금 수요자는 빌린 돈의 만기 상환을 약속하는 채권을 발행합니다. 채권의 종류는 국채부터 지방채, 회사채, 금융채, 통화안정채까지 다양합니다. 채권에는 만기가 언제까지고 그때까지 얼마의 이자(표면이율, 또는 표면금리)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채권자는 자금이 필요할 경우 보유 채권을 팔고 싶어 합니다.

이걸 이자수입을 위해, 또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양자가 거래하는 시장이 만들어집니다. 채권 가격은 이자지급액, 만기까지 남은 기간, 시장금리에 의해 결정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변수는 시장금리입니다. 시장금리는 표면금리와 다릅니다. 표면금리는 만기까지 고정된 이율인 반면, 시장금리는 경제적, 사회적 여건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움직입니다. 예컨대 물가가 오르면 시장금리도 오르고 물가가 내리면 시장금리도 내립니다. 하지만 채권가격은 시장금리와 반대로 움직입니다. 왜 그런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만일 시장의 모든 금리가 연 5%라고 칩시다. 정부 채권은 물론, 삼성전자가 발행하는 회사채도, 은행의 예금 금리도 모두 연 5%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시중금리가 모두 연 7%로 올랐습니다. 이렇게 되면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날까요, 줄어들까요? 아무래도 줄어들겠죠. 연 7%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투자처가 많은데(즉 은행에 넣어도, 삼성전자 채권을 사도 7%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연 5%짜리 채권을 사려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채권을 팔려는 사람은 가격을 낮춰 팔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1000만원에 샀던 채권을 이제 10만원 깎아 990만원에 내놓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시장금리가 오를 때 채권가격이 내려가는 메커니즘입니다.

좀 어렵게 이야기하면 현재의 채권가격은 미래의 채권가치를 시장금리로 할인한 값이라고 보면 됩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채권이 쌀 때)에 채권을 사서 시장금리가 하락 할 때(채권이 비쌀 때) 팔면 이자수입과 동시에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게 채권투자의 매력입니다.

표면금리, 시장금리 외에 중앙은행이 만드는 기준금리라는 것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준금리는 모든 금리의 지존입니다. 표면금리도, 시장금리도 기준금리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말입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경기 상황에 따라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합니다. 예를 들어 물가가 오르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에 도는 돈의 양을 줄입니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물가가 폭등하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 올렸습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이 투자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자본조달 비용이 더 많이 듭니다. 기업이 같은 돈을 벌어도 더 큰 이자비용이 나가게 되므로 이윤은 줄어들 것입니다. 시장에선 이를 주가에 즉각 반영하므로 주가는 내려갑니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주식을 예전보다 더 위험한 투자상품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은행에 예금하거나 채권에 투자해도 큰 위험 없이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애간장을 녹이는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지요. 결국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줄어 주가 하락세가 가속화합니다. 투자이론에 따르면 금리가 정점을 치면 채권을 싼 값에 샀다가 금리 하락기 중반 이후 주식으로 옮기고, 금리가 바닥 국면을 지나 인플레 조짐을 보일 때 보유 주식을 팔면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경기 침체의 전주곡, '단고장저'= 경제적 상황에 따라 변동하는 시장금리 흐름에 가끔 이상 기류가 나타나는 경우가 생깁니다. 바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게 형성되는, 이른바 '단고장저(短高長低)'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는 기간이 얼마나 길고 짧으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그 안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으므로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지고 따라서 위험성이 큰 것으로 간주돼 금리가 높게 매겨집니다.

그러니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이 정상 흐름이란 이야기입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은 경기가 후퇴할 것이란 인식이 팽배할 때 생깁니다. 미래가 불투명해져 장기자금 수요가 줄고 대신 단기자금 수요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실물경기보다 5∼13개월 앞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1960년 이후 미국에서 15차례에 걸쳐 장기금리는 낮고 단기금리는 높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 침체가 이어졌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도 마찬가지였죠. 코로나 팬데믹이 휩쓴 2022년 후반과 2023년 초에도 미국의 연쇄 금리인상의 여파로 단고장저 구간이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과 2008년 장단기 금리 차 축소 이후 경기 침체가 찾아왔습니다.

금리의 단고장저 현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주식 같은 위험자산은 피하고, 현금 보유를 늘리라고 조언합니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은행 예금 같은 안전한 자산을 많이 확보해두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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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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