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가계대출을 관리하라고 압박하는 데도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7월 들어 3조6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어나고 시중 금리가 떨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을 9월로 연기하자 그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2조1841억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원)보다 3조6118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새 5조3415억원 급증했고, 이달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552조1526억원→555조9517억원)로 3조7991억원 불었다.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계속 떨어지는 것도 '영끌(영혼까지 모아 투자)', '빚투(빚내 투자)' 대출 부담을 줄이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했지만 하반기 미국·한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미리 반영한 시장금리 하락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2.840∼5.294%다. 보름 전인 5일(연 2.900∼5.370%) 대비 상단은 0.076%포인트, 하단이 0.060%포인트 또 낮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96%에서 3.345%로 0.051%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4.030∼6.030%에서 3.960∼5.960%로 상·하단이 0.070포인트씩 내려갔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15일부터 5대 은행과 카카오뱅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연기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겨놓고 뒤늦게 점검에 나서는 등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