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5:15 (화)
[김성희의 역사갈피] 목숨 건 충언과 황제의 경청
[김성희의 역사갈피] 목숨 건 충언과 황제의 경청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4.06.2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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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때 난간을 붙잡고 직언한 주운이 난간을 부러뜨려 만들어진 고사성어가 '주운절함'
상나라 명재상 이윤 "그 말이 네 마음에 들거나 거슬려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지 걱정을"
직언도 어렵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어렵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 교육은 모든 부모들의 으뜸 가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는 전제 권력을 휘두르던 왕실도 마찬가지였으니 조선왕조에서 세자를 가르치기 위한 이런저런 제도와 교재를 보면 꽤나 완비되어 있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실제 그것이 어떻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는지는 논외로 하고 말이다.

이번엔 조선 후기 왕실에서 자제들을 위한 고전 학습용 그림책으로 제작되었던 그림책 『예원합진(藝苑合珍)』을 풀어 옮긴 『고전과 경영』(고진희 지음, 아트북스)을 이야기할까 한다. 뜻깊은 고전 속 명구를 추리고 그에 어울리는 주옥 같은 시구와 그림을 붙여 풀이하는 형식인데 이 중 '주운절함(朱雲折檻)'이 눈길을 끌었다.

중국 한나라의 역사를 다룬 『한서(漢書)』에 나오는 이야기다. 당시 괴리령이란 벼슬에 있던 주운(朱雲)이 어느 날 황제 성제(成帝)에게 "저에게 상방참마검을 빌려주십시오. 제가 간신의 머리를 베어 다른 사람들에게 교훈을 가르치겠습니다"라고 아뢰었다.

상방참마검은 한나라 관청 상방에서 말을 베는 용도로 만든, 크고 예리한 칼이었다. 이에 놀란 성제가 "간신이 누구인가?"라고 묻자 주운은 "장우(張禹)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성제는 노발대발했다. 장우는 성제가 믿고 따르는 대신으로 자신의 스승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성제가 "나의 스승을 욕보이고 대신을 욕하다니 저놈을 당장 죽여라"고 외치자 신하들이 주운을 끌어내려 했다. 그러자 주운은 황실의 난간을 부여잡고 장우를 죽여야 한다며 버텼다. 그 바람에 주운이 잡고 있던 황실의 난간이 부러졌으니 이의 한자 표현이'절함'(折檻)이다. 말하자면 이렇게 해서 아랫사람이 온 힘을 다해 충언을 하는 것을 이르는 '주운절함'이란 고사성어가 생겼다.

그런데 여기에는 뒷이야기가 있다. 좌장군 신경기가 황제 앞에서 제 머리로 바닥을 두드리며 주운을 위해 "저 신하는 성품이 광직합니다. 만약 그의 말이 맞다면 죽이시면 안 되옵고, 만약 그의 말이 틀리다면 그 진실함을 보아 죽이시면 안 됩니다"라고 엄호에 나섰다. 신경기 또한 바른 말을 하는 직신(直臣)을 위해 목숨을 걸었으니 이 또한 주운 못지않은 용기라 하겠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운절함'의 고사가 성제의 현명한 판단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성제는 주운의 말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그가 부러뜨린 난간을 고치려 할 때 "고치지 말라"고 해서 주운과 같은 충신의 사례를 역사에 남도록 했다.

직언도 어렵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어렵다. 책에는 상나라 명재상 이윤의 말을 소개한다. "그 말이 네 마음에 들거든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지 염려하고, 그 말이 네 뜻에 거슬리거든 도리에 맞는가를 생각하라." 비단 상하 관계에서만 염두에 둘 충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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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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