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1 09:50 (금)
[김성희의 역사갈피] '감자 흉년'이 낳은 미국 대통령 23명
[김성희의 역사갈피] '감자 흉년'이 낳은 미국 대통령 23명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4.06.1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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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감자 품종만 재배한 유럽 19세기 중반 '감자 역병' 돌자 대기근 발생
영국 지배 받던 아일랜드인들 착취와 굶주림 벗으려 100만명 이상 미국이민
남북 전쟁때 대거 입대해 북군서 활약했고 케네디 등 미국 대통령 대거 배출
19세기 중반 감자 잎마름병이 돌자 이에 취약한 유럽의 감자는 거의 전멸하였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감자가 미국을 만들었다면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할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잡초학자의 아웃사이더 인생 수업』(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더숲)에 따르면 영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잡초의 생태를 들어 "자연에는 평균도, 보통도 없다"며 이른바 사회적 '루저'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보내는 이 색다른 책은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하며 감자의 사례를 든다.

남아메리카 안데스가 원산지인 감자는 기원전 3천여 년 전부터 퀴노아, 옥수수와 함께 원주민들의 주요 식량이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에 도입된 감자는 생산성이 높아 곧 주요 식량원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수확량이 큰 품종으로 거의 단일화된 감자가 유럽 전역에서 재배되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감자를 재배하던 안데스 지역에서는 감자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양한 품종의 감자가 재배되었기에 특정 역병이 돌아도 감자가 모조리 사라지는 일은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은 달랐다. 수확량을 높이려 노력한 결과 한 가지 품종만 재배되던 차에 19세기 중반 감자 잎마름병이 돌자 이에 취약한 유럽의 감자는 거의 전멸하고 만다. 그 결과 서민들의 주 양식이었던 감자의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인류 역사상 최대의 기근이 빚어졌다.

특히 영국의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에서는 착취와 굶주림이란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그 결과 1845년에서 1852년 사이에 많은 이들이 굶어 죽거나 해외 이민을 떠나는 바람에 850만 명이었던 인구가 600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 무렵 100만 명 이상의 아일랜드인들이 살길을 찾아 고향을 등지고 미국으로 향했는데 당시 이들이 탔던 배는 얼마나 열악했는지 '관선棺船(coffin ship)'이라 불렸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항해 중 죽어 나갔기 때문이었다.

미국에 이민 간 이들은 가톨릭을 믿는 등 당대 미국의 주류였던 앵글로색슨과는 결이 달라 '하얀 깜둥이'라 불리는 등 인종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아일랜드인들은 자기들만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미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례로 남북전쟁(1861~1865)에서 대거 입대하여 적어도 38개의 북군 연대가 "아일랜드인"이란 칭호를 얻었을 정도였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하여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중 23명이 아일랜드계이거나 부분적으로 아일랜드 혈통을 이었다는 사실도 이를 보여준다.

책의 지은이는 품종 단일화로 역병에 취약해진 감자의 '전멸' 때문에 대기근이 일어났고, 이를 피하려 대거 이민한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사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감자를 '미국을 만든 식물'로 꼽았다. 역사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데 약간의 과장이나 비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일리 있는 의견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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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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