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 LPGA 대회인 2018년 하나은행 챔피언십의 도자기 우승 트로피는 전인지 선수에게 돌아갔다. 14일 인천 스카이 72골프장에서 벌어진 마지막 날, 전인지는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를 기록해 2위 잉글랜드의 헐을 3타차로 따돌리며 완승했다. 전 선수로선 2년 1개월동안 기다린 우승이었다. 지난해엔 준우승만 6번 할 정도로 우승과는 지독하게 인연이 없었다.
특히 이날 최종라운드에서 팽팽한 경쟁을 하던 태국의 아리아주타누간에겐 뼈아픈 연장전 패배의 아픔도 겪었다. 지난 5월 열린 킹스밀챔피언십에서다.
그러나 이날은 전인지가 웃었다. 결이 다른 아이언 샷에서 승부가 갈렸다. 먼저 7번홀 파 5. 웬만하면 아이언을 잡고 티샷을 하는 주터누간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이언을 잡았다. 아이언 2번으로 240야드 이상을 날리기 때문에 굳이 드라이버를 잡지 않는

다. 드라이버 ‘입스’(Yips·불안증세) 때문에 번번이 우승기회를 날려버렸던 그가 선택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아이언으로 재미를 붙여 LPGA통산 8승을 거뒀고 한 때 세계 랭킹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하지만 이날 그가 7번홀에서 날린 아이언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리더니 거리가 날수록 더 휘어져 깊은 러프로 사라졌다. 챔피언조 선수 2명과 함께 5분 동안 찾았으나 볼을 못찾고 OB티에서 4번째 샷을 하고 다섯 번 만에 그린에 올렸으나 투 퍼트를 해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선두경쟁에서 밀려나는 순간이었다. 마음을 다잡는다면서 1년전부터는 일부러 빙긋 웃는 표정(루틴 스마일)을 했지만 다음 홀부터 샷이 흔들렸다.
물론 전인지에게도 흐름이 끊길 뻔했던 순간이 있었다. 후반 첫 홀(10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더니 12번 파3홀에서 세컨드 샷 마저 온그린을 하지 못하고 프렌지에 공을 보냈다. 그린과 가까운 곳이니민큼 갤러리들은 퍼터를 잡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전 선수는 피칭을 들었다. 모두가 숨을 줌였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살짝 떨렸다.
그러나 칩샷은 퍼팅처럼 그림같이 그린 등선을 타고 홀로 들어갔다. 퍼팅보다 더 정교한 샷이었다. 스피드와 방향이 절묘했다. 만약 그곳에서 보기를 했다면 이날의 우승향배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샷하나에 기가 살고 샷 하나에 기가 죽는 것은 프로나 일반 주말골퍼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스카이 72골프장(인천)=고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