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0:15 (화)
[김성희의 역사갈피] 예수를 현대 사업가의 '모델'로 묘사한 책
[김성희의 역사갈피] 예수를 현대 사업가의 '모델'로 묘사한 책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4.04.2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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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유명 광고업자 브루스 바턴이 쓴『 누구도 모르는 사람 』에서 거론
1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된 미국서 물질의 풍요와 진보를 찬양하는 복음 등장
사중교회 설립한 맥퍼슨은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해 설교하고 방송국도 세워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최적화된 기독교는 대중적 인기를 타고 1920년대부터 '대형 교회'와 '방송 전도'를 선보였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예수는 낙관주의, 물질적 성공, 개인의 향상 등 '성공의 복음'을 전한 사람이자 동기를 유발해 사람들을 능수능란하게 이끈 선전가라 하면 불경스러운 평가 아닐까.

설사 매력적인 인품을 지닌 지도자란 단서를 붙였다 해도 말이다.

그런데 1920년대 미국에서 예수를 이렇게 해석한 책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유명한 광고업자 브루스 바턴이 쓴 『누구도 모르는 사람(The Man Nobody Knows)』(1925)이 바로 그 책이다.

바턴은 예수의 전기 형식의 이 책에서 예수를 성공적인 현대 사업가의 모델로 풀어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승전국이 된 미국은 경제적·군사적 최강대국으로 떠오르면서 낙관주의와 자신감이 넘쳐났다. 산업화와 근대화가 진전되면서 부와 물질의 향유가 권장되고, 도시에선 소비문화가 꽃피었다. 이때 미국 개신교계에 등장한 것이 물질의 풍요와 진보를 찬양하는 '성공의 복음(gospel of success)'으로 바턴은 그 중심에 있었다.

바턴만이 아니었다. 템플대학 창시자이며 침례교 목사였던 러센 콘웰은 '무진장한 다이아몬드'란 성공의 복음 설교를 거듭하면서, "가난한 것은 전적으로 잘못이며 부자가 되는 일은 '기독교적이고 경건한 의무'"라고 설파했다.

이들은 인간의 죄와 신의 벌 같은 어두운 주제를 버리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영성을 추구해 대중의 큰 환영을 받았다. 이를 이은 것이 1952년 『긍정적 사고의 힘』을 낸 개혁주의 목사 노만 필이었다. 종교는 신에게 "채널을 맞추어" 그 능력을 누리는 행위라는 그의 책은 186주 동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며 지금도 자기계발서의 고전으로 꼽힌다.

이처럼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최적화된 기독교는 대중적 인기를 타고 1920년대부터 '대형 교회'와 '방송 전도'를 선보였다. 그 대표적 인물이 사중교회Foursquare Church를 설립한 에이미 맥퍼슨이다. 맥퍼슨은 여성 설교자가 거의 없던 시절 진한 화장을 하고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여성적 매력을 잘 활용해 1920~30년대를 대표하는 부흥사로 자리 잡았다.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당시 돈 150만 달러를 들여 로스앤젤레스 근처에 '앤젤러스 성전'을 지었는데 여기에는 매주 수천 명이 몰려 '대형 교회'의 시작을 알렸으며 나중에는 미국 최초의 종교 방송국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새로 쓴 미국 종교사』(류대영 지음, 푸른역사)에 실렸다. 책 제목은 진지하고 딱딱해 보이지만 '종교'를 키워드로 학문적 엄밀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미국사의 또 다른 흐름과 민낯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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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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