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04:25 (화)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22) "제비 한마리 왔다고 봄은 아냐"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22) "제비 한마리 왔다고 봄은 아냐"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webmaster@econotelling.com
  • 승인 2024.03.2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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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고 성급하게 외투를 팔아 버린 사람처럼 간절히 원할 때는 서둘러 행동
주먹구구식 판단을 뜻하는 '휴리스틱'은 터무니 없는 것 아니지만 왜곡의 부작용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도는 '이마트의 물건은 싸다'는 소비자 인식 심은 성공사례

부모로부터 상당한 재산을 상속받은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이제 그 젊은이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부자가 된 젊은이는 친구들의 꼬임에 빠져 술과 도박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젊은이는 얼마 있지 않아 자신의 재산을 모조리 탕진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지난 일이 후회가 되는구나." 젊은이는 건달이 됐습니다. 그에게 남은 재산이라고는 외투 한 벌이 전부였습니다. 돈이 없어 먹을 것조차 살 수 없게 된 젊은이는 한 벌 남은 외투라도 팔 수 있게 하루 빨리 봄이 찾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제비가 찾아오면 봄이 온다는 말을 들은 건달은 날마다 광장으로 나가서 제비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건달은 제비 한 마리가 광장 분수대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봄을 애타게 기다리던 그는 자신의 전재산인 외투를 당장 팔아치웠습니다. 하지만 날씨는 조금도 따뜻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추워졌습니다.

외투를 팔아버린 젊은 건달은 오들오들 떨면서 생활했습니다. 건달은 외투도 없이 추위를 견디면서 자신의 성급한 행동을 후회했지만 이미 때늦은 일이었습니다. 젊은 건달은 덜덜 떨면서 길을 걸어가다가 얼어 죽어 있는 제비를 발견했습니다. 아직 추위도 가시지 않았는데 너무 성급하게 날아온 바로 그 제비였습니다. 건달은 혀를 차면서 한탄했습니다.

"불쌍한 것 너는 우리 둘 다 망하게 만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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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니코시마 윤리학> 나오는 구절이다.

사람은 어떤 것을 간절히 원할 때 그 비슷한 낌새만 나타나도 서둘러 행동에 옮기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엔 시간을 두고 변수를 두루 살펴 신중해야 하는 건 그래서죠.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니코시마 윤리학> 나오는 구절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행위의 목표는 선인데, 누군가 어쩌다 선한 행위를 했다고 해서 그를 선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마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솝 우화에서 이 말을 인용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의 머릿속에는 제비 하면 봄이란 공식이 박혀 있습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 빨리 물러갔으면 하는 바람이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이 왔다고 섣불리 단정짓게 하는지도 모르죠.

◇인지능력 한계로 주먹구구식 판단=사람의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저녁을 집에서 먹을까, 외식을 할까. 외식을 한다면 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짬뽕을 먹을 것인가. 약속 장소에 지하철을 타고 갈 것인가 또는 버스를 이용해 갈 것인가 등등.

어떤 경우든 사람의 인지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완벽한 판단을 내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특히 불확실하고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면 가능한 빨리 풀기 위해 직관적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추론 방식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합니다. 휴리스틱은 그리스 말 'heuriskein'에서 유래했는데, '찾아내다', '발견하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휴리스틱은 좋게 해석하면 '어림셈' 정도고 나쁘게 말하면 '주먹구구식 판단'입니다. 인간은 인지와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어 모든 정보를 탐색하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위주로 판단한다는 것이 휴리스틱의 핵심입니다. 휴리스틱는 선택에 이르는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기 때문에 그렇게 터무니없는 방법은 아니지만 왜곡 등의 부작용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특정 지역 출신 사람에 대해선 몇 가지 근거 없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우연히 그 지역 출신이고 그의 행동 중 일부가 특정 지역 사람의 고정관념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는 졸지에 전형적인 그 지역 사람으로 분류돼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 사고로 죽을 가능성보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이 실제로는 세 배나 더 높지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인데도 운전 공포증을 겪는 사람은 극히 드문 반면 비행 공포증은 대부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을 가능성과 상어에 물려 죽을 가능성 중에서 어떤 가능성이 더 클까요? 대부분은 상어에 물려 죽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상어에 물려 죽을 가능성보다 30배는 더 높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왜 자동차 운전보다는 비행기 추락을, 비행기 추락보다는 상어 관련 사고의 가능성을 더 높게 판단할까요? 그것은 사람들이 마음에 쉽게 떠오르는 일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많이 보고 들은 것일수록, 최근에 경험한 것일수록, 생생한 메시지일수록 더 잘 회상되는 경향이 있어 기억에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억이 사실과 다를 수 있기에 현실에서 일어나는 빈도나 확률도 잘못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비행기, 상어 사고와 관련된 기억들은 언론 매체의 영향이 큽니다. 신문이나 방송이 일상적인 사건보다는 특이한 사건을 더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사고 장면을 더 쉽게 떠올립니다. 즉, 쉽게 회상되는 사건일수록 그런 일이 더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편향성 때문에 오류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빈도나 확률을 잘못 판단하는 원인은 사람들이 휴리스틱을 사용해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휴리스틱을 가장 처음 연구한 사람은 미국의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입니다. 카너먼은 엄연히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는데도 단순히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관습 등을 통해 불완전하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며 이를 휴리스틱이라고 했습니다. 휴리스틱은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합리적인 존재임을 증명해주는 근거라는 겁니다. 그는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휴리스틱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미국의 한 대형 금융회사의 최고투자책임자는 어느 날 수천만 달러를 들여 포드자동차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최근 모터쇼를 갔다가 그곳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포드자동차 주식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는 없었습니다. 그는 단지 자동차를 좋아했고, 포드를 좋아했으며, 포드자동차의 주식을 보유한다는 생각을 좋아했기에, 자신의 직관에 따라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겁니다. 일반인이 아닌 대형 금융회사 임원이 그런 투자행태를 보인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러한 휴리스틱은 어디서 비롯되었으며 우리 생활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십만 년 전 우리의 원시 조상들이 동굴에서 채집생활을 하고 아프리카의 평원에서 진화하고 있을 때 뇌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생존할 수 있도록 변화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무수한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신속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간편하고 신속하게 효율적인 결정을 하고 이를 위해 사용하고 남은 인지력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를 잠재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보존해야 했습니다. 말하자면 휴리스틱은 살아남기 위해 특정 정보나 기억의 조각들로부터 빠르고 효과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휴리스틱은 잠재의식의 발동이며 생존의 본능에서 비롯된 오래된 습관입니다.

휴리스틱의 개념은 본래 심리학에서 사람들의 의사 결정 방법을 연구하는 개념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많은 분야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행동경제학, 커뮤니케이션즈, 소비자 행동, 경영과학, 컴퓨터 사이언스, 인공지능, 컴퓨터 디자인, 인터페이스, 헬스, 정치 분야의 연구에서 휴리스틱을 활발히 응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휴리스틱의 개념이 유용하게 활용될 여지가 많습니다.

◇고가품 구매에서 강화되는 휴리스틱= 소비자 행동에서의 휴리스틱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제품의 가치는 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며, 가치를 판단하는 데는 가격이 주요 변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제품의 품질을 가늠하는 주요 기준으로 종종 가격을 이용하죠.

특히 다른 정보가 부족할 때나 익숙한 제품이 아닐 때는 품질 판단에 가격 의존도가 높습니다. 즉 '가격=품질'이라는 등식을 활용해 '비싼 가격'은 품질이 좋은 제품을 대표하고, '싼 가격'은 품질이 낮은 제품을 대표한다고 쉽고 빠르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고 '비싼 것=품질이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오랫동안 지켜져 왔으며, 비싼 것은 확실히 그 값을 한다는 신념은 반복 구매를 통해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보석, 와인, 패션, 선물 제품과 같이 품질을 판단하기 어려운 불확실 상황에선 높은 가격이 고품질을 반영한다는 휴리스틱의 영향력이 더 강해집니다.

이마트가 지난 2021년 4월 앱을 통해 실시한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도 휴리스틱 사례입니다. 최저가격 비교 대상은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3개 온라인몰입니다. 구매 당일 오전 9~12시 이마트 가격과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판매 가격을 비교해 고객이 구매한 상품 중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줍니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마트 앱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마트 앱 전용 쇼핑 포인트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마트에서 1500원에 구입한 상품이 쿠팡에서 1000원, 롯데마트몰에서 1100원, 홈플러스몰에서 1200원인 경우 최저가격 1000원과의 차액인 500원에 대해 'e머니'를 적립해 주는 식입니다.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도는 '이마트는 싸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부 소비자는 가격 비교도 안 해보고 이마트 물건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휴리스틱이란 다른 말로 말하자면 고정관념을 의미합니다. 그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모든 것이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4차 혁명시대에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에 맞추려 하면서 아무래도 오류가 생깁니다. 전문가들에 휴리스틱 함정에 빠져 숨겨진 정보를 무시하는 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과학적인 사고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모든 정보를 고려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독일의 경제학자 하노 벡은 주식투자자들은 쉽게 휴리스틱에 빠지지만 그 자체는 생각의 도구일 뿐 심각한 오류는 아니라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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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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