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3:10 (일)
[김성희의 역사갈피] '경청의 제왕' 당 태종
[김성희의 역사갈피] '경청의 제왕' 당 태종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4.03.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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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백성을 평안케 한 비결은 '열린 귀'
능력 있는 정적의 부하 쓰고 거슬리는 신하의 말 잘 들어
위징의 간언에 죽일려고 했지만 그가 죽자 "거울 잃었다"
당 태종이 나라를 부강하고 백성을 평안하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열린 귀'였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역사를 읽으니 시대의 길이 보이네』(렁청진 지음, 한길사)란 책이 있다. 중국 인민대학교 교수가 인물 중심으로 중국사를 정리했는데 매우 흥미롭기도 하고, 제목 그대로 현대인들 특히 지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여기 당 태종의 일화가 나온다. 당 태종이 누군가. 중국 역사상 손꼽히는 태평성대인 '정관지치'를 이룩한 명군(名君)으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책 읽는 모습을 '연출'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정관정요』의 주인공이다.

그의 치세에는 밤에 문을 닫지 않아도 도둑이 없었고, 감옥에 죄인이 없었으며 산과 들에 소와 말들이 널려 있을 정도로 풍요로웠다고 한다.

당 태종은 어떻게 나라를 부강하게, 백성을 평안하게 했을까. 여러 요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직을 잘 받아들이는 납간(納諫), 즉 당 태종의 '열린 귀'를 으뜸 비결로 꼽는다. 능력이 있다면 옛 정적의 부하들을 관대하게 받아들였고 신하들의 거슬리는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언제나 자신만이 옳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신하가 총명할수록 멀리하거나 처형한 결과 나라를 잃은 수양제(隋煬帝)의 교훈을 뼈에 새겼던 것이다. 이러니 위징, 방현령 등 명재상이 속출했고, 이들의 도움으로 전제왕조답지 않은 정치를 펼 수 있었다.

그중 위징은 직언으로 유명했는데 태종에게 권좌에서 내려오기를 여러 차례 간했을 정도였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더불어 통치술에 관한 동양 고전으로 꼽히는 『정관정요』는 실상 당 태종과 위징의 '밀당'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루는 조회를 마친 태종이 위징의 고언이 얼마나 고까웠던지 '그 촌놈을 언젠가는 죽여버릴 것'이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이를 들은 황후가 예복을 차려입고 경하했다. 태종이 이유를 물으니 황후는 "군주가 현명하면 신하가 정직하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위징이 정직하므로 폐하께서 현명한 군주가 되신 것이니 이를 축하드리는 겁니다"라고 답하더란다.

위징이 마침내 세상을 뜨자 태종은 "동경(銅鏡)으로 거울을 삼으면 의관을 단정하게 할 수 있고, 옛것으로 거울을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사람으로 거울을 삼으면 득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나는 이 세 가지 거울로 나의 잘못을 고칠 수 있었다. 이제 위징이 죽었으니 짐은 거울 하나를 잃었도다!"라 탄식했다.

중국사에는 명군이 여럿 등장한다. 예를 들면 한고조 유방은 장량, 소하, 한신 등을 적재적소에 쓰는 용인술 덕분에 군사력이 앞섰던 항우를 꺾고 한나라를 세웠다. 왕망이 세운 신나라를 무너뜨리고 후한을 세워 이른바 '광무중흥'을 이룩한 광무제 유수(劉秀)는 유화정책이 업적의 비결이었다고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당 태종은 신하들의 직언을 받아들여, 잘못을 미연에 방지하고 국익에 도움되는 정치를 펼 수 있었다.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말이 있다. 리더라면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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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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