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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SK 70년' 최종건ㆍ최종현 語錄 유산 (18)"아무 기술이나 살 수는 없다"
[특별기획]'SK 70년' 최종건ㆍ최종현 語錄 유산 (18)"아무 기술이나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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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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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데이진,'폴리에스터 원사 생산'기술 이전에 냉담
이토추가 후발주자 도요보 주선하자 최종현은 거절
기술을 분별하는 진지한 자세에 데이진경영진 감흥
日회사서 자본을 들여오면서日회사가 지불 보증해

1966년 12월, 폴리에스터 원사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후 일본 데이진에 기술 이전을 요청 했을 때 냉담한 반응이 돌아왔다. 수출입을 전문으로 하는 당시 일본의 대표적 종합상사인 이토추는 최종현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렇다면 도요보의 기술을 이전받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후발주자였던 도요보도 폴리에스터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종현은 이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 자료=SK.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 자료=SK.

"나는 도요보의 기술로 폴리에스터 사업을 시작할 생각은 없다. 도요보 기술로는 앞으로 일류 폴리에스터 메이커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급하다고 아무 기술이나 살 수는 없다. 기업의 생명은 내일의 전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최종현의 '거절'은 곧이어 데이진 경영진에게 전해졌다. 기업의 장래를 생각하고 기술의 질을 분별해서 선택하려는 최종현의 진지한 자세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데이진은 당시 친분이 있던 국내 기업의 기술 이전 제의까지 거절하고 선경을 기술 합작 파트너로 선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원사 공장 건립을 위한 자금 마련이었다. 데이진이 선경의 자금 조달 능력을 의심해 최종 합의를 미루고 있을 때 최종건과 최종현은 뛰어난 기지를 발휘해 이들의 의구심을 일소하고 나아가 원사 공장 건립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유•소년기 시절 가족사진. 최종건 창업회장은 1926년 1월 30일 수원시 평동에서 최학배 공과 이동대 여사의 4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최종현 선대회장은 1929년 11월 기일 차남으로 태어났다. 윗줄 오른쪽이 최종건 창업회장, 그 아래가 최종현 선대회장이다. 사진=SK.
유•소년기 시절 가족사진. 최종건 창업회장은 1926년 1월 30일 수원시 평동에서 최학배 공과 이동대 여사의 4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최종현 선대회장은 1929년 11월 21일 차남으로 태어났다. 윗줄 오른쪽이 최종건 창업회장, 그 아래가 최종현 선대회장이다. 사진=SK.

먼저 최종건은 데이진이 나카지마 부사장을 한국에 파견하자 이후락 비서실장, 박충훈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 김정렴 상공부 장관 등과 함께 만나면서 선경이 정부가 신뢰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종현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현물 차관'이었다. 데이진에 제품을 만들어 3년 안에 모두 갚을 테니 300만 달러 상당의 폴리에스터 원사를 공급해 달라는 일종의 외상 거래를 제안했다.

데이진 입장에서도 3년간 안정적으로 거래처를 확보하는 셈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남은 것은 누가 지급을 보증하는가였다. 최종현은 선경에 원사 공장 설비 공급을 원하고 있던 일본의 이토추사를 끌어들였다.

일본 회사에서 자본을 들여오면서 일본 회사에 지불 보증을 맡긴 것이다. 이는 당시 획기적인 외자 유치법이었다.

이로써 1968년 12월과 1969년 2월 아세테이트 원사 공장과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이 완공되었다. 두 공장의 건설로 선경은 단숨에 국내 1위 원사 메이커로 뛰어올랐다.

최종현은 이처럼 전체를 볼 줄 아는 기업가였다. 조급한 마음에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연연하는 대신 조금 돌아가더라도 언제나 최고에 이르는 길을 찾았고 길이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것은 선경이 최고로 향해 나아가는 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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