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5:45 (일)
[김성희의 역사갈피] '킹 메이커'의 말로
[김성희의 역사갈피] '킹 메이커'의 말로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4.03.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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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을 끌어내렸던 박원종·성희안·유순정 등 트로이카 요절
왕도정치 구현하겠다 다짐했지만 매관매직과 기생 탐익하다가 30대에 숨져
실록을 기록한 사신(史臣)은 "좁은 국량으로 큰 공을 탐한 것이 낭패 일으켜"
중종반정으로 무려 117명에 달하는 정국공신(靖國功臣)이 배출되었으니 이들 '혁명 주체세력'은 신수근, 임사홍 등 연산군의 측근들을 문자 그대로 '제거'하고 권력을 휘어잡는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조선의 제10대 왕 연산군은 퍽이나 무도했던 인물이다. 생모가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했기에, 개인적으로는 이해 못할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역사적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아주 박하다.

결국 재위 12년째인 1506년 그의 이복동생인 진성대군을 앞장세운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왕조에서 쫓겨난다. 이른바 중종반정(中宗反正)이다.

'반정'이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로 패도정치를 지양하고 새로운 왕도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다짐이지만 현실정치에선 어디 그런가. 중종반정으로 무려 117명에 달하는 정국공신(靖國功臣)이 배출되었으니 이들 '혁명 주체세력'은 신수근, 임사홍 등 연산군의 측근들을 문자 그대로 '제거'하고 권력을 휘어잡는다.

이들 중에 '3대장'이라 불린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반정을 주도했던 핵심, 박원종·성희안·유순정이 그들이다. 이들은 진성대군의 선택에서 거사 계획, 군사 동원, 대비 승낙까지 반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으니 그야말로 '킹 메이커'였다.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그들이 조정대신 회의에 참석했다가 물러갈 때면 중종이 용상(龍床)에서 내려왔다가 문을 나간 뒤에야 자리에 돌아와 앉았을 정도였다. 말하자면 임금도 이들을 어려워했을 만큼 '3대장'의 위세는 대단했다.

'3대장' 중 유일한 무신 출신인 박원종은 특히 더했다. 자기 인척들에게 공신의 녹권을 주고, 뇌물의 많고 적음으로 공로를 따져 벼슬을 주었다. 조선 시대 야사를 모은 『대동야승』에는 "중종이…기생 300명을 내려주어 보화가 풍족하게 되니 의복과 거마(車馬)의 모셔 받듦이 분수에 넘친 것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러니 "수레가 줄을 잇고 개꼬리가 잇달았다"는 비판이 돌았을 수밖에. 이는 관직을 남발하는 바람에 벼슬아치의 관복에 다는 수달피의 꼬리가 부족해 개꼬리로 이었다는 중국 서진(西晉) 때 고사에서 나온 비아냥이었다. 그러니 당시 세상 사람들이 '3대장'을 일러 "폭군 못지않은 탐욕꾼" "개망초"라 불렀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하겠다.

그러니 이들의 말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우선 세 사람 모두 반정 6, 7년 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떴다. 30대에 재상직에 오르는 등 온갖 권세를 누릴 때는 그 영화가 영원토록 갈 것 같았던 이들이 요절한 것을 두고 당대 사람들은 의아스럽다고 했다. 성희안은 평양기생을 사랑하여 정욕을 지나치게 강행하다가 죽었고, 실록에 실린 영의정 유순정의 졸기(卒記)에는 "병조판서로 있으면서 뇌물이 많고 적음을 보아 (첨사나 만호를) 제수했으며…만년에는 여색에 방탕하여 열(熱)한 약을 먹다가 실명했으며…"라 적혔다.

실록을 기록한 사신(史臣)은 이들을 두고 "어찌 좁은 국량으로 큰 공을 탐한 것이 스스로 분에 넘쳐 이와 같은 낭패를 일으킨 것이 아니겠는가!"라 평했으니 살아생전 부귀를 원없이 누렸다한들 지하에선 맘이 편했을까 싶다.

이 모두 『우리 역사 속 부정부패 스캔들』(변광석 지음, 역사의 아침)에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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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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