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투자자 손실 배상과 관련해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을 반영해 배상비율을 정하는 분쟁조정 기준안을 11일 발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분쟁조정 기준은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합당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준안에 따르면 판매금융사는 투자자 손실에 대해 최저 0%에서 최대 100%까지 배상해야 한다. 배상비율은 판매사 요인(최대 50%)과 투자자 고려요소(± 45%포인트), 기타요인(±10%포인트)을 고려해 결정한다.
판매사들이 적합성 원칙, 설명 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 원칙을 위반, 불완전판매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기본 배상비율 20∼40%를 적용한다. 불완전판매를 유발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고려해 은행은 10%포인트, 증권사는 5%포인트를 가중한다.
투자자별로는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인지, ELS 최초 가입자인지 여부에 따라 최대 45%포인트를 가산한다. ELS 투자 경험이나 금융지식 수준에 따라 투자자 책임에 따른 과실 사유를 배상비율에서 최대 45%포인트 차감한다.
금감원은 "판매된 40만계좌 전체를 확인하진 않았지만, 일방 책임만 인정돼 투자손실의 100%를 배상해줘야 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면서 "다만, ELS는 정형화된 상품이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기본적인 판매 절차가 갖춰져 판매사들의 평균 배상 책임은 투자손실의 40∼80%였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1월부터 두 달간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에 대한 현장 검사를 통해 판매정책·고객보호 관리실태 부실과 판매 시스템은 물론 개별 판매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확인돼 기준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홍콩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영업 목표를 높이는 등 무리한 실적 경쟁 끝에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했다.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임의 조정하는 등 판매 시스템은 물론 개별 판매과정에서 불완전 판매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확인된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 기관·임직원을 제재하고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 H지수 기초 ELS 판매잔액은 39만6000계좌에 18조8000억원 규모다. 은행이 24만3000계좌 15조4000억원을, 증권사가 15만3000계좌에 3조4000억원을 판매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에 판매된 계좌가 21.5%인 8만4000계좌에 이른다.
올해 들어 2월까지 홍콩 H지수 기초 ELS 만기도래액 2조2000억원 중 총 손실금액은 1조2000억원으로 누적 손실률은 53.5%다. 2월 말 지수(5678포인트)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추가 예상 손실금액은 4조6000억원, 전체 예상 손실금액은 6조원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