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달러에 특허권 넘긴다는 벨 전화회사 제의에 웨스턴 유니온 "전화기는 쓸모 없어" 퇴짜
당시 브라질의 황제였던 페터 2세가 전화기에 열광한 덕분에 '벨 전화회사'는 돈방석에 앉아
지난주 가장 명랑한 뉴스는 인공지능(AI)를 갖춘 스마트폰의 등장이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IT기술 전시회인 'CES 2024'에서 선보인 스마트폰 갤럭시 S24는 통화 중에 외국어 통역도 가능한 첨단 기능을 갖췄다 해서 화제를 모았다.
애플의 휴대폰 개발 이래 최대의 기술적 도약이란 평도 나왔다니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한데 스마트 폰의 조상인 전화의 발명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웃지 못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널리 알려졌듯이 전화를 발명한 것은 미국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다.
벨이 전화를 발명한 것은 1876년 3월 10일이다. 벨은 이날 전화 실험을 하던 중 아래층에 있던 조수 토머스 왓슨에게 "왓슨 군, 이리 좀 와 보게"라고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세게 최초로 전화기를 통해 전해진 이 메시지의 다음 말에 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인류 최대의 착각과 오류사전』(클라우스 발러 지음, 해냄)에 따르면 "난 자네가 필요해"였다고 한다. 이유는 벨이 자기 옷에 배터리 제작에 쓰이는 산(酸)을 엎질렀기 때문이라나.
벨은 사업 수완도 뛰어났다. 전화기를 발명하기 한참 전인 1876년 2월 14일 전화특허 신청을 해서 3월 7일 특허등록을 받았다. 벨이 특허신청을 마친 지 두 시간 뒤 엘리사 그레이란 인물이 역시 전화특허를 신청했지만 역사는 벨의 이름만 기억한다는 것은 그 뒷이야기다.
어쨌든 벨은 그해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 전화기를 출품했다. 이 박람회는 독립선언 100주년을 맞은 미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했음을 알리려는 목적이 컸기에 전화기는 획기적인 미국의 발명품으로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처음에 반응이 시원찮았다.
그러다가 당시 브라질의 황제였던 페터 2세가 전화기에 열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타자기와 더불어 박람회의 대표적 상품이 될 수 있었다. 덕분에 벨은 곧 '벨 전화회사'를 세워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한데 이 책에는 더 기막힌 이야기가 나온다. '벨 전화회사'는 초창기에는 운영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생각건대 전화기의 보급이나 전화선 가설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어쨌거나 자금난에 시달리던 벨은 웨스턴 유니온 사에 10만 달러만 주면 특허권을 넘겨주겠다고 제안했다. 1851년 창립된 웨스턴 유니온 사는 전화기 이전 통신사업의 주류였던 전신(電信)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안정된 회사였다. 워낙 자신감이 넘쳐서였는지 웨스턴 유니온 사는 "전화기는 너무 결점이 많아 통신 수단으로는 쓸모가 없다. 이 물건은 우리에게 가치가 없다"고 벨의 제의를 거부했다.
이후 역사의 전개는 아는 바 그대로다. 전화는 '현대인의 제2의 자아'라 할 정도로 필수품이 됐으니 말이다. 작은 오판이 가진 큰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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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