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라 임원들이 "너무 적다"고 하자 단호하게 "1억만 주면 돼" 말 끊어
대우차 지분의 절반 갖고있는 GM이 걸림돌이 돼 '현대양행'만 뺏기자 울분

자동차를 하겠다고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대우자동차의 지분 50%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몫이었다. 정 회장이 "통합을 하게 되면 제너럴모터스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문제를 제기하자 당시 상공부 장관은 제너럴모터스의 양해를 받았고, 결재까지 했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제너럴모터스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현대는 대우자동차를 갖고 오지도 못하면서 현대양행만 한 푼 못 건지고 강탈당한 셈이었다.

이 일로 현대양행 창업자인 첫째 동생 정인영 회장은 옥고까지 치렀고, 정주영 회장과 사이도 틀어지게 됐다.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했다. 중공업을 송두리째 뺏긴 정 회장이 새 대통령을 좋아할 리 없었다. 정 회장은 회사 내에서 일체 정치 얘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했다. 당시 실세인 허화평과 친하다고 자랑하던 사장이 있었다. 이 얘기를 들은 정 회장이 "당신, 거기 가서 일해"라고 호통쳤다고 한다.
임원들이 "새 대통령 취임 선물로 얼마나 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정 회장은 "1억"이라고 했다. 깜짝 놀란 임원들이 "너무 적다" 하자 단호하게 "1억만 주면 돼"라며 말을 끊었다.
정 회장의 성격을 아는 임원들은 더 말을 하지 못하고 물러 나왔다. 임원들끼리는 "왕 회장의 감각이 좀 떨어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 등 다른 대기업에서는 10억 원을 줬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임원들은 전두환 정권에 밉보여 현대가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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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