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 해소되지 못한 채 다소 높은 수준의 물가(중물가)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일 내놓은 '2024년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물가상승률은 2021년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뒤 2022년 정점(8.7%)을 통과하고 지난해 6.9%로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왜곡됐다"면서 "이로 인해 중간 수준 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올해 경제 키워드로 '중간에 닻 내린 물가'를 선정했다.
연구원은 경제 분야 키워드로 '도시 파멸의 고리'도 제시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주요국 실물경기의 경착륙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공실률이 17.3%로 집계되는 등 주요국 오피스 공실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전(前) 고점 대비 18.2% 하락하는 등 부동산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부동산 대출 부실은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큰 중소 은행에 대한 건전성 우려를 낳으면서 디지털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연구원은 산업·기술 부문 글로벌 트렌드로 '우주경제 경쟁의 격화'를 꼽았다. 지경학적 리스크가 증대되면서 국가 차원에서 안보와 경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우주경제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2022년 기준 3840억달러로 추정된 글로벌 우주경제 규모는 2040년까지 연평균 6%씩 성장해 1조 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밖에도 연구원은 정치 분야 키워드로 우(右)로 정렬하는 세계와 군비 경쟁 재림을, 환경 분야 키워드로 그린래시(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움직임)의 역습, 사회·문화 분야 키워드로 디지털 범죄의 진화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