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국내 물가 상승세 둔화 속도가 비용 요인 등으로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기준금리가 내년 2분기부터 인하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선 고금금리가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한은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3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면서 의결문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이후 3% 후반까지 높아졌다가 11월 중 3.3%를 기록했다"며 "물가 오름세 둔화가 지연되는 현상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소멸한 데다 높은 원자재 대외의존도로 2차 파급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일반인(3.4%)과 전문가(3.0%)에서 모두 3분기보다 높아진 점도 물가상승률 둔화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앞으로 국내 물가 오름세는 둔화 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나, 목표 수준(2%)으로 수렴되는 시기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한다"며 누적된 비용상승 요인에 따른 2차 파급효과, 국제유가·환율 변동, 공공요금 등과 관련한 정부 정책, 연말·연초 가격조정 집중 가능성 등을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무역체제 분절화, 기후변화, 친환경 체제 전환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 장기화도 우리나라 통화정책과 금융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중앙은행과 시장 간 이견이 반복되는 가운데 최근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 변화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긴축 기조 장기화를 시사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2분기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도 높은 정책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은 2분기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대체로 종료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이나, 높은 수준의 금리가 시장 기대보다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