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퇴직하면서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수령해 '목돈 활용' 선호 경향
금리와 연금은 반비례 관계… 2000년대들어 금리 떨어지자 '연금인기' 급상승
여름에 개미는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먹이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매미는 땀을 흘리며 일하는 개미를 보고 물었습니다. "주의에 먹을 것이 이렇게 많은데 왜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지? 나처럼 노래를 부르면서 여름을 즐겨보자구."
그러자 개미가 말했습니다. "곧 겨울이 올거야 겨울을 대비해 지금부터 음식을 모아두어야 해. 너도 그렇게 놀지만 말고 겨울을 대비해 두는 것이 좋을 거야."
하지만 매미는 겨울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먹을 것이 많은 데 갑자기 먹이들이 모두 어디론가 사라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미야 넌 도대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거야? 먹을 건 얼마든지 있어. 하루 아침에 이 풍성한 먹이들이 없어지기라도 한다는 거야?"
개미는 매미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일을 계속했습니다. 매미는 그런 개미를 비웃으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드디어 겨울이 되었습니다. 숲속은 꽁꽁 얼어붙었고, 흰눈이 쌓여 먹을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개미는 여름 동안 부지런히 모아놓은 먹이를 창고 가득히 쌓아놓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먹이를 찾지 못해 몹시 배가 고픈 매미가 개미의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매미는 먹이를 좀 달라고 개미에게 애원했습니다. 그러자 개미가 대답했습니다. "여름에 양식을 준비해 놓지 그랬니?" "나는 노래를 불러야 했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었어." "아, 그랬니? 여름에 실컷 노래를 불렀으니 겨울에는 춤을 추어야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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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를 즐기다가는 매미와 같은 신세가 됩니다. 현재는 다시 돌아 오지 않기에 즐기는 건 나무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지 훗날 어려운 시기가 닥칠 것에 대비해 준비를 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금리와 연금은 반비례 관계=한때 교사나 공무원이 일반인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급여가 많아서도, 일이 편해서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정년을 보장하기 때문에 사기업보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연금이라는 혜택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반인은 많아봤자 국민연금을 150만~200만원 받지만 공무원은 어지간하면 300만원 가량돼 든든한 노후 버팀목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공무원 연금은 연금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제구실을 못했습니다. 공무원들은 퇴직하면서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수령해 목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입니다.
1982년부터 2012년까지 30년이상 재직하고 퇴직한 공무원 가운데 연금 선택 비율을 보면 뚜렷한 변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 연금 선택 비율은 50%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2명중 1명은 일시금을 선택했습니다. 1999년부터 이 비율이 본격적으로 역전되기 시작해 2005년이후 부터는 연금 선택비율이 9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으며 2012년 기준으로 약 93%가 연금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금 선호 현상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공무원들의 연금 선택 비율이 높아진 것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연금 자체는 썩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받을 돈을 찔끔찔끔 받는 것보다는 나중에야 어찌되든 일시금을 한번에 챙기는 게 더 나을지 모릅니다. 인간은 미래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2000년대 들어 연금 선호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금리 움직임과 관련이 있습니다.
연금은 미래 자산입니다. 미래 자산을 지금 가치로 얼마인지 따져보는, 즉 현재가치는 할인율에 따라 결정됩니다. 미래 자산을 현재가치로 바꾸는 것을 '할인한다'고 하고 이때 적용되는 비율이 할인율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자율이 연 10%라고 할 때 오늘 1000원을 은행에 넣어두면 1년 후 1100원이 됩니다. 그럼 1년 후의 1000원을 현재가치 계산하면 얼마일까요? '1년 후의 가치(1000원)=현재가치×1.1'이기 때문에 현재가치는 '1000원/1.1=909.09원'이 됩니다.
오늘 은행에 909.09원을 넣으면 1년 후에 1000원이 되는 것이지요. 같은 방식으로 은행이자율이 20%라면 1년 후의 1000원은 오늘 833원(1000원/1.2)입니다.할인율은 은행이자율(금리)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산식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할인율과 현재가치는 서로 반비례 관계이기 때문에 할인율이 높아질수록 현재가치는 감소하며, 반대로 낮아질수록 현재가치는 올라갑니다. 할인율은 미래자산의 현재가치를 추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수로 금융회사의 실무에서 투자자산의 가치 평가 등을 위해 널리 활용되는 개념입니다.
연금의 가치는 할인율이 낮은 저금리 상황에선 올라가고, 고금리가 되면 그 가치가 떨어집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노후에 국민연금을 100만원 매달 받는다고 칩시다. 만약 금리가 연 3%라면 4억원(100만원x12/0.03)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연 1%로 떨어지면 금융자산 보유액은 12억원으로 급증합니다.
◇2000년대 들어 연금 인기 급상승= 1980년대만 해도 20%를 오르내리던 우리나라의 금리는 1990년대 말부터 큰 폭으로 떨어지더니 2000년대 들어 5%대로 진입, 저금리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에 따라 할인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이때부터 목돈보다는 현금이 나오는 자산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자산의 인기가 올라간 것은 그래서입니다.
현재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3%대입니다. 2021년 8월 이전만 하더라도 1%대였던 것이 미국의 연쇄 금리인상 영향으로 이만큼 올랐습니다. 금리가 올라 할인율도 오른 만큼 연금의 인기는 예전보다는 못 합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줄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기준금리가 5%를 넘어서면 과거처럼 연금보다는 목돈을 선호하는 현상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아직 연금은 미래 자산으로서 충분한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연금자산을 가급적 많이 만들어놓아야 합니다. 집을 지을 때 층수를 올리는 것은 대지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고층 아파트는 좁은 공간에 많은 가구를 수용함으로써 도시민의 거주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노후자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노후자금을 불리기가 어려운 만큼 연금자산의 층수를 높여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노후설계에서 국민연금은 1층, 퇴직연금 2층, 개인연금은 3층에 해당합니다. 3층 구조는 노후설계의 기본인 셈입니다.
그래도 노후 생활비가 모자랄 수 있습니다.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주택연금으로 4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파트를 금융기관에 맡기고 대출을 받아 생활자금으로 쓰는 방식인데, 저금리의 장기화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일반 주택도 주택연금이 가능하지만 가치를 크게 인정받지 못한 만큼 주거지를 옮겨 혜택을 받는 게 유리합니다.
5층 설계 공법도 있습니다. 월지급식 금융상품으로 매달 월급처럼 지급금이 나옵니다. 목돈을 미리 넣어두고 매달 일정한 돈을 받는 방식입니다.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아 목돈을 넣으면 원금과 수익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는 상품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수익형 부동산을 산 다음 월세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5개층의 연금 자산들은 저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크게 나누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입니다. 공적연금은 나라에서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이 대표적입니다. 나라에서 지급을 보증하는 것이니 운용기관이 잘못해도 연금을 타지 못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적연금은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것입니다. 운용결과에 대한 책임은 개인의 몫입니다. 공적연금은 물가상승을 보전해주는 등 나라가 수익률 관리를 해주지만 사적연금은 이런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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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