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대에는 길에 투자를…도덕경은 "머무르지 않으니 사라지지도 않는다"설파
인류의 역사는 길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길을 만들었고 지도의 핵심은 길입니다.
실크로드나 차마고도, 대항해시대의 뱃길도 그랬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역시 자동차 도로를 중심으로 설계된 거지요. 길이 없다면 인류는 살아가기 어려울 겁니다.
물리적인 길만을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인생의 길(道)을 찾지요.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길일까? 어떤 길로 가야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 길이 맞나 저 길이 맞나?" 그래서 공부도 하고 종교에 귀의하기도 합니다.
루쉰(魯迅)이 <고향>에서 "실상 땅 위에 본디부터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길이라 이름 붙여졌을 뿐이지요.
노자 <도덕경>은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이라는 문구로 시작합니다. 지금의 길이 훗날 길이 아니게 바뀔 수도 있고 지금의 이름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졸지에 길이 사라질 수도 있고 지도가 다시 그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칭기스칸의 유언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닦는 자 흥한다." 이 말이 좀 섬뜩합니다. 길보다는 집에 투자하는 풍조, 스카이캐슬과 펜트하우스를 갈망하는 가치관이 만연해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기 때문이지요. 격변의 시대에는 길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든다'는 뜻의 창(創) 한자어가 흥미롭습니다. '창고' 창(倉) 옆에 칼(刀)을 들이댄 형상이지요. 새로운 걸 만들려면 곳간을 허물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겁니다. 기존의 성공을 허물지 않으면, 또 칼을 대는 아픔이 없이는 창조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조셉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도 동일한 맥락입니다.
무언가를 이루었다 생각하면 거기에 안주해 버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머무르면 사라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노자 <도덕경>에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功成而不居 / 공을 이루어도 머무르지 않는다.
夫唯不居, 是以不去 / 머무르지 않으니 사라지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초심으로 리셋하고, 야생성을 잃지 말고, 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영리한 적은 가장 안전한 곳을 공략한다." 영화 <진주만>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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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