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3:20 (화)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⑥ 헤르메스신의 금도끼는 '신용'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⑥ 헤르메스신의 금도끼는 '신용'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sms085@naver.com
  • 승인 2023.07.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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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거래는 현금 줄때와 물건 사고 서비스 이용할 때 시차가 있어 신용 없으면 거래 불능
음식점은 손님이 음식 먹고 돈 내리라 믿는데 지갑 두고 온 사람도 신용 있으면 외상 가능
손님이 원화가 없어 다른 화폐로 값 지불하려 했다면 신용없는 아프리카 돈은 안 받을 것
지폐는 19세기 초 금본위제도가 시행되면서 본격 등장…미국과 영국은 金본위제도 포기

강가에서 나무를 하던 나무꾼이 그만 실수로 강에 도끼를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강물에 순식간에 도끼가 떠내려가 버리자 나무꾼은 상심한 나머지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된 헤르메스가 나무꾼의 불행을 동정하며 직접 강속으로 들어가 금도끼 한자루를 건져내더니 나무꾼에게 네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나무꾼을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헤르메스는 또 다시 강속에서 은도끼 하나를 건져내 나무꾼의 도끼냐고 물었습니다. 나무꾼은 이번에도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헤르메스가 세 번 째로 강속에 들어가 나무꾼의 도끼를 건져 들고 올라오자 나무꾼은 자신이 잃어버린 도끼가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무꾼의 정직함에 감동한 헤르메스는 크게 칭찬하며 금도끼와 은도끼 모두 나무꾼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렇게 도끼 세자루를 가지고 집에 돌아간 나무꾼은 친구들에게 이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러자 재물이 몹시 탐났던 친구 하나가 나무꾼이 했던 대로 따라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얼른 강가로 달려가 일부러 자신의 도끼를 강물에 빠트리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이번에도 헤르메스가 나타나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고는 바로 강물에 들어가 금도끼 한자루를 건져내더니 이것이 잃어버린 도끼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금도끼를 보자 마자 어쩔줄 몰라 말했습니다.

"네, 그겁니다. 바로 그도끼입니다." 그러나 탐욕스럽고 정직하지 않은 그 마음속을 꿰뚫어본 헤르메스는 그를 나무라며 금도끼를 어깨에 짊어진 채 그대로 사라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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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신용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신용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어렸을 때 읽은 우리나라 전래동화 '금도끼와 은토끼'와 너무도 흡사한 이야기입니다. 산신령이 헤르메스로 바뀐 것 빼고 내용이 거의 똑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때아닌 원조 논쟁이 벌어지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솝이 기원전 600년전에 살았던 인물이고 '금도끼와 은도끼'는 구한말 개화기에 교과서에 실리면서 한국 전래동화로 알려졌습니다.

시간적으로 이솝이 한 참 먼저이니 원조 논쟁은 싱겁게 끝났습니다.

이 이솝 이야기의 메시지는 정직입니다. 부정직한 자에 망신살이 뻗치게 함으로써 정직하게 행동하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정직하고 솔직한 태도로 대하면 그들은 우리를 믿고 의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신용'을 얻게 됩니다. 이솝 우화에서 나무꾼은 정직했기 때문에 헤르메스신으로부터 신용을 얻어 보상이 주어졌습니다. 반대로 나무꾼의 친구는 거짓말을 해 신용을 상실해 아무 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신용없으면 살기 힘든 세상=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신용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금전거래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모든 거래는 현금을 주는 시점과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점에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신용이 없으면 이런 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음식점이 있습니다. 보통 손님은 음식을 먹고 돈을 냅니다. 주인은 이 손님이 음식을 먹고 난 후 돈을 내리라고 믿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음식을 내리라 빋었던 손님이 지갑을 집에 두고와 현금이 없습니다. 이때 신용이 있는 손님이라면 외상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뭇꾼의 친구처럼 신용을 잃은 손님이라면 외상은 커녕 무전취식으로 경찰에 고발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손님이 원화가 없어 다른 나라 화폐로 음식값을 지불하려 했다면 주인이 받을까요? 신용이 있는 초강대국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라면 모를까 아프리카 나라의 화폐라면 거부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용이 없기 때문이죠.

화폐발달사를 보면 신용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서로를 믿지 못하던 원시시대엔 물건과 물건을 주고 받는 물물교환이 성행했죠. 고대나 중세로 넘어오면서도 국가 간에 신용을 측정할 방법이 없어 금화나 은화를 대외거래에 사용했고 내국인끼리는 쌀·베 등 물품화폐를 거래했습니다. 금화와 은화는 그 발행국가가 망해도 녹여 귀금속으로 쓸 수 있어 가치가 보장됐습니다. 철이나 구리, 주석 등 금속조각에 위조방지를 위한 특정 문양을 새겨넣은 주조화폐도 나타났습니다. 주조화폐는 아무나 발행했던 것은 아니고 국가가 발행해 보증했습니다. 화폐에 신용을 불어넣은 것이죠. 그래야 사람들이 쇠조각에 불과한 주조화폐를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폐의 등장은 19세기 초 금본위제도가 시행되면서부터입니다. 그 이전에 중국에서 지폐가 사용되기도 했지만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사용이 흐지부지됐습니다. 금본위제도란 중앙은행이 금을 통화량만큼 보유하면서 금과 지폐의 교환비율을 정해놓은 시스템입니다. 이를 테면 1만원을 금 0.5g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하고 지폐를 가진 사람이 금으로 교환해줄 것을 요청하면 이 비율에 따라 교환해주는 것입니다. 금본위제를 처음 도입한 나라는 1816년 영국입니다. 2차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은 세계 무역의 60%를 차지했고 런던 금융시장은 세계 금융거래의 중심지였습니다. 다른 나라 통화는 금을 대신할 수 없었고 영국의 파운드화만이 금을 대체할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영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금본위제도는 1차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서서히 파탄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전쟁 비용을 마련하느라 각국이 돈을 너무 많이 찍어냈고 금 보유가 통화증발을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영국은 1914년 금본위제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파운드화와 교환할 금이 더 이상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 통화질서는 2차대전 종전 직전 일대 변혁을 맞이 하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1차 금본위제의 끝, '브레튼우즈 체제'의 시작입니다. 2차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 미국의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서 44개국이 참가한 연합국 통화금융 회의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시키고, 그 외에 다른 나라 통화는 달러에 연동되는 환율로 표시하게 했습니다. 초강대국 미국의 압도적인 금보유를 배경으로 달러화에 기축통화란 지위가 부여된 것이지요. 그러나 1950년대 말부터 미국 경제가 정체되고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자 브레튼우드 체제도 결국 붕괴됐습니다.

◇100억원이 1000억원 되는 마술=1971년 8월 15일 미국의 닉슨대통령은 금태환(달러화를 금으로 바꿔주는 것)의 폐지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금의 화폐 기능이 사라지고 명목화폐 시대의 막이 오른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금과 교환이 안되는 '불환지폐'입니다. 불환지폐는 통화공급이 중앙은행의 금보유에 묶여 있는 태환지폐와 달리 발행을 무한정 늘릴 수 있습니다. 이걸 '신용창조'라고 합니다. 돈이 돈을 낳고 하는 과정이 무한 반복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신용창조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100억원을 A은행에 공급하면 A은행은 예금자들의 인출에 대비해 이중 10%를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고 90%를 대출해줍니다. 최초의 이 100억원을 본원통화라고 부릅니다. 또 다른 B은행은 예금 90억원의 10%를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하고 나머지 81억원을 대출해줍니다. 그리고 C은행도 마찬가지로 81억원의 예금을 10%를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하고 나머지 72억9천만원을 대출해줍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한국은행에서 공급된 본원통화 100억원은 시중은행을 거치면서 1000억원의 예금통화를 창조하게 됩니다. 이렇게 중앙은행에서 찍어낸 돈이 아니라 일반 시중은행의 컴퓨터상으로 만들어낸 돈을 신용화폐라고 부르고 이러한 과정을 신용창조라고 합니다.

한국은행이 이런 신용창조를 통해 통화공급을 조절합니다. 다시 말해 인플레 징후가 엿보이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 비율을 높여 돈줄을 조입니다. 만약 경기가 침체에 빠져 시중에 돈이 모자라다 싶으면 지급준비금 비율을 낮춰 통화공급을 늘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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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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