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판매 땐 배상권고…금융권 “키코사태와 비슷” 지적
금융당국이 약 1조원 어치 팔린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 손실과 관련해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을 대상으로 검사에 나선다.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9일 금융권 DLF와 관련한 판매현황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주중에 판매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DLF는 금리·환율·실물자산·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의 만기 지급액이 미리 정해둔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투자상품이다.
최근 논란이 된 DLF는 독일·영국·미국의 채권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를 편입한 펀드들이다. 이들 국가의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면서 약정된 조건대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해 투자자들의 큰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기준치인 -0.2%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연 4∼5% 수익이 난다. 그러나 10년물 금리가 -0.3% 이하로 내려가면 원금의 20%, -0.4% 이하는 40%, -0.5% 이하는 60%, -0.6% 이하는 80%가 손해나고 -0.7%를 밑돌면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다.
가입자는 기관투자자나 큰손도 있지만, 퇴직금·전세금 등을 맡긴 개미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 금리 연계 DLF의 경우 다음달 19일 첫 만기가 도래한다. 1250억원 어치가 판매된 이 상품의 투자자는 600여 명,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2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들 상품이 주로 판매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이번 주 중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들도 적정성 여부를 살펴볼 계획이다.
금융권에선 이번에 문제가 된 DLF가 수익률의 상단이 제한된 반면에 기준치를 밑돌 경우 손실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키코는 대법원이 사기가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불완전판매가 입증될 경우 배상 책임이 있다는 금감원과 이를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은행의 입장이 맞서는 형국이다. DLF도 마찬가지로 불완전판매가 입증된 사례에는 배상 권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최소 1억원 이상의 고액 상품을 판매하면서 손실 가능성 등을 설명한 것을 녹음으로 보관하는 등 대비한 만큼 투자자 책임으로 결론 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낮춰 일반인의 투자를 부추긴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