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지주사 도입 계기로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오너경영 복귀
본부장에 전임자보다 20세나 젊은 40대 기용… '성과와 능력'포석에 주목

창립 64년을 맞은 OCI그룹이 2일 오너 3세 이우현(55) 회장 체제를 본격 가동하고 나서면서 50대 신임 이 회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이전 한국 재계에서 '마지막 개성상인'이라며 칭송을 들었던 OCI그룹(옛 동양 화학그룹) 창업자 고(故·2007년 작고) 송암 이회림 회장의 손자이자 2세 회장이었던 고(2017 년 작고) 이수영 회장의 장남이다.
2017년 이수영 회장 작고 이후로는 전문경영인인 백우석(70) 회장이 앞장서서 그룹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2일 지주사 도입 등 그룹 체제 개편을 계기로 이우현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오너 3세 체제로 다시 복귀했다.
OCI는 2일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존속법인) OCI홀딩스와 화학부문 사업회사(신설법인) OCI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이를 계기로 이우현 부회장을 OCI홀딩스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회사 측은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이우현 회장 선임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OCI그룹은 연내에 지주회사 전환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그동안 회장직을 맡아왔던 백우석 회장은 이번에 그 역할을 이우현 오너 3세에게 넘기고 OCI 홀딩스 이사회 의장을 맡아 그룹의 경영 전략과 방향을 조언하게 된다.
신임 이 회장은 홍대 사범대부속고등학교와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나온 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금융·마케팅 분야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인터내셔널 로우 머티리얼, BT울펜숀, 홍콩 CSFB(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등에서 사회 경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업(家業)인 OCI그룹에는 2005년 OCI 전신인 동양제철화학에 전무로 입사해 전략기획본부, 사업총괄부사장(CMO), 사장 등을 지냈다.
2019년 3월엔 OCI 부회장에 선임됐고 부광약품을 인수한 작년부터는 이 회사 대표이사직도 맡는 등 총 18년 동안 그룹 경영권 승계 수업을 겸한 경영 참여 끝에 이번에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OCI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지 5년여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재미있는 사실은 올해 공정위가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동일인(총수)들의 국적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우현 회장이 한국 국적이 없는 완전한 미국인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다소 논란이 있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공정위가 그의 동일인(총수) 지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1968년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줄곧 이중국적자로 지내오다 2000년쯤 한국 국적을 상실하고 미국 국적자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기업인"으로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OCI를 주축으로 한 화학특화 기업집단인 OCI그룹은 자산 12조2,860억 원, 계열사 21개를 보유한 한국 재계 38위의 대기업집단이다. 사업 분야가 화학, 태양광 등 기초 산업에 많이 연계돼 있어 일반인에게는 인지도가 낮을 뿐이다.
지난달 25일 OCI홀딩스 회장으로 선임됐을 당시 이 회장은 "OCI는 현재 창사 이래 가장 큰 변화와 도전을 앞두고 있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더 큰 도약을 향한 여정에 앞장설 것"이란 말도 했다. OCI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최적의 투자 전략과 새로운 성장 기반 마련에 집중하면서 파격적이고 유연한 인사 시스템 도입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지주사 출범을 계기로 본부장 자리에 전임자보다 20세나 적은 1983년생 직원을 발탁하는 등 성과와 능력 위주의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향후 지주회사(존속법인)인 OCI홀딩스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과 에너지솔루션 등 태양광 사업과 도시개발 사업을, 화학부문 사업회사(신설법인)인 OCI는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등 첨단 화학소재 사업을 전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사업군인 화학부문은 독립경영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신규 성장동력 발굴 및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