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3:05 (목)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② '엘리트 경제'를 무너뜨린 '롱테일' 전략
[서명수의 이솝 경제학] ② '엘리트 경제'를 무너뜨린 '롱테일' 전략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sms085@naver.com
  • 승인 2023.04.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와 수탉, 코끼리와 모기 ·· 강자에 강한 '약자'의 시대 열려
백화점 매출 80%를 '20%의 부유층'이 올린다는 파레토 법칙
인터넷 시대에 역전…아마존 '쭉정이 상품'덕에 유통거인으로

사자가 제우스 신에게 투덜댔어요. "저는 이렇게 덩치가 크고 멋지고 힘도 세고 강력한 발톱과 이빨과 발로 온 숲의 동물들 위에 군림하는데, 대체 왜 불명예스럽게도 수탉 울음소리만 들으면 기겁을 하는 것입니까? 제가 왜 겁쟁이가 되어야 하느냐고요!" 제우스 신이 대답했어요. "왜 내게 하소연을 하는 것이냐? 널 만들 때 내가 가진 모든 재능을 네게 주어서 딱 한 가지 빼고는 어떤 것도 네 용기를 굴복시킬 수 없지 않더냐." 그래도 사자는 계속 한탄했어요. "이런 겁쟁이로 사느니 죽는 게 나아."

사자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코끼리를 만났어요. 사자는 코끼리가 자꾸 귀를 흔드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지요. 그때 모기 한 마리가 코끼리 머리 위에 앉아 있었는데, 코끼리가 이렇게 말했어요. "윙윙거리는 이 작은 곤충 보이지? 이게 내 귀에 들어가면 난 죽게 되거든." 사자가 말했어요. "이렇게 거대한 코끼리가 그깟 작은 모기 한 마리를 두려워하다니. 그에 비하면 난 괜찮은 거네. 죽을 필요 없겠어. 이젠 자신감을 되찾았으니까. 내가 코끼리보다 훨씬 낫잖아."

-------------------------------------------------------------

동물의 세계는 약육강식입니다. 소수의 강자는 다수의 약자를 먹이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우화처럼 아무리 강자라해도 예외적으로 나약해지는 상대가 있는 모양입니다. 동물의 왕 사자는 수탉이, 코끼리에겐 모기가 각각 두려운 존재입니다. 만약 이들 약자가 반란이라도 일으키는 날에는 동물의 왕도 견뎌낼 재간이 없을 겁니다.

'20% 엘리트가 조직 성과 이끈다' 파레토 법칙= 자연에는 '80 대 20법칙'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꿀벌은 20%만 일하고 80%는 빈둥거리며, 좋은 완두콩은 20%고 나머지 80%는 크기가 작거나 속이 빈 쭉정이라고 합니다. 인간 사회도 둘로 나뉩니다. 엘리트는 20% 소수이고, 80%는 평범한 다수입니다. 그런데 어느 것이 조직의 성과에 크게 기여하는가에 따라 법칙 이름이 달라집니다. 즉 소수의 엘리트가 평범한 다수보다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 '파레토 법칙', 그 반대면 '롱테일 법칙'입니다.

먼저 역사가 오래된 파레토 법칙부터 살펴보죠. 전체 결과의 80%는 일부 원인인 20% 때문에 발생한다는 게 파레토 법칙입니다. 이를테면 "백화점 매출의 80%는 상위 20%의 부유층 소비자들에게서 나온다", "회사가 올린 매출의 80%는 능력이 뛰어난 20%직원들이 거둔 성과다", "전체 교통사고 수의 80%는 20% 운전자들이 반복적으로 일으킨다" 등은 파레토 법칙을 설명하는 실제 사례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엘리트는 20% 소수이고, 80%는 평범한 다수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파레토 법칙의 핵심은 회사의 업무 성과나 상품 판매수익은 평범한 다수가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고 수는 적지만 능력이 뛰어난 엘리트, 돈이 많은 소수의 부유층, 탁월한 상품 덕분에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파레토 법칙은 1848년에 태어난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창시자입니다. 그는 1896년 쓴 논문에서 이탈리아 전체 인구의 20%가 국토의 80%가량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파레토 법칙은 이론으로만 머물지 않고 수많은 경영 현장과 마케팅 기법의 뿌리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백화점의 전체 매출 80%가 구매력이 큰 20% 부자 고객 덕분이라는 가정 아래 이들에게 회사의 인력과 돈을 최대한 쏟아 붓는 'VIP마케팅'입니다.

'80% 비주류의 반란' 롱테일 법칙=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뒤바뀌었습니다.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는 물리적 유통 공간이 필요해 히트 상품은 좋은 자리에 차지하게 되고 잘 안 팔리는 상품은 구석진 자리로 밀려났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상거래에선 소비자가 공간 제약을 받지 않고 물건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찬밥 신세였던 비주류 상품이 기업의 매출 증대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롱테일 법칙'의 반란입니다.

역 파레토 법칙으로도 불리는 롱테일 법칙은 적지만 뛰어난 능력을 갖춘 20%보다는 평범하지만 그 수가 훨씬 많은 80%에 주목합니다. 롱테일은 2004년 미국의 유명 잡지사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처음 사용한 말로, 그는 인터넷 플랫폼 업체의 매출이 주로 어디서 나오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랬더니 상품들을 많이 팔리는 순서대로 나열해 놓았을 때 공룡의 꼬리(롱테일)처럼 낮고 길게 연결되는 비주류 상품이 몸통 부분인 인기 상품의 총판매량을 압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롱테일 전략으로 세계 최대의 유통 거인으로 거듭났습니다.

OTT(Over The Top. 개방된 인터넷을 통하여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도 롱테일 법칙의 좋은 실례입니다. 넷플렉스는 처음에는 DVD 대여 업체로 시작했지만, 고객 맞춤형 기술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의 공룡 기업이 되었습니다. 현재 해당 플랫폼에서 시청되는 콘텐츠의 80%가 추천 시스템으로 인한 것이며, 미국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등 주류의 인기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20%이하라고 합니다.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롱테일 법칙이 적용된 데이터를 잘 활용한 것인데, 구성 인원의 상당수가 실리콘밸리의 고급 인력, 엔지니어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서명수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