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에 못 미치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이에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감산을 인정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한 것은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95.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매출은 63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9% 감소했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설명 자료를 통해 "정보기술(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하며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됐고,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SDC)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감산 돌입을 공식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난이도가 높은 선단 공정과 DDR5·LPDDR5 전환에 따른 생산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제약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으나,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삼성전자가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감산 규모와 시기는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는 DDR4를 중심으로 감산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