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33곳의 66개 '풍경 수채화' 31일까지 전시
작가는 '바람'을 싫어했다. 거기에는 불안과 고통이 스며있다고 믿는다. 한(恨)도 있을 법하다.그래서 밝음을 추구한다. 빛이다. 양기훈 화백(60)은 집밖으로 나와 빛이 그려내는 제주도 구석 구석을 화폭에 담았다.
양 화백은 "관광은 빛을 본다는 뜻이 아닌가. 빛의 따뜻함으로 힐링하듯 제주의 속살 마을을 다녔다"고 말했다. 사진기라는 기계의 눈이 아닌 사람의 눈으로 살
폈다고 한다. 파스텔톤으로 탄생한 '제주 마을'은 그러나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묘사됐고 기계가 터치하지 못하는 세상의 한계를 비췄다.
제주에서 공공 조형작가와 시각예술인으로 이름난 양 화백이 이런 수채화를 들고 서울로 왔다. '백리백경전(百里百景展)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중앙협력본부가 주최했다. 이에 앞서 양 화백은 한라일보에 연재했던 같은 그림을 제주에서 지난달 전시회를 열었다.
그 자리를 찾았던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그림이 발산하는 느낌을 방명록에 적었다. '빛의 섬, 눈부신 마을'이라고 썼다. 그게 고스란히 이번 서울 전시회의 주제로 쓰였다. 서울전시회에는 33곳의 제주마을속 66개의 풍경이 걸렸다. 지난 21일 열린 서울전시회 개막식에서 정원태 중앙협력본부장은 "전시작품에는 제주인의 삶과 애환이 그 이면에 들어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회가 서울시민들에게 더 다가서는 제주가 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디 아픔이 없는 마을이 있겠냐마는 제주마을엔 또 다른 한과 슬픔이 서려있다. 4.3사건이 있었고 거친 파도가 있다.
그래서 작가는 오손도손 살만한 아담한 스레트집을 눈에 많이 넣었는지도 모른다.
양 화백이 4.3의 바람을 이겨내는 빛을 발견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그의 수채화에는 정적이 숨어 있다. 수십년간 숨죽여 살던 제주인이 거기 있지 않을까. 양 화백은"굳이 전시작품의 컨셉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밖으로 뛰쳐나온 빛이다. 외광파(外光派) 다. 숨죽이는 그늘아래 머물지 않고 누구나 살갑게 대할 수 있는 '트로트' 노래 같은 작품"이라며 하하 웃었다.이번 서울 전시회는 3월31일까지 열린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경복궁역에 가면 된다. 6번출구 지하1층에 있는 서울메트로 미술관이다. 관람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