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7월까지 7개월 연속 0%대를 이어갔다. 날씨가 좋아 채솟값이 하락하고 국제유가도 낮게 유지되는데다 내수 위축에 따른 소비부진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빵, 치킨, 외식 물가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일부 품목의 가격은 크게 올랐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했다. 7개월 연속 0%대다. 2015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간 0%대를 기록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 시기는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해 소비심리가 위축됐었다. 전월대비로는 0.3% 하락해 지난해 11월(-0.7%) 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보다 날씨가 따뜻해 작황이 좋은 영향으로 7월 농축수산물 가격이 0.3% 하락했다. 특히 채솟값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4% 떨어졌다. 무(-27.5%), 고구마(-15.7%), 배추(-9.8%)에 이어 최근 수급파동을 겪는 마늘(-15.3%)과 양파(-14.6%)값도 급락했다.
석유류 가격도 국제유가가 낮게 유지되고 유류세 인하 조치 영향으로 작년보다 5.9% 하락했다. 휘발유(-7.4%), 경유(-4.1%), 자동차용LPG(-8.1%) 모두 가격이 떨어졌다. 남자학생복(-47.5%), 여자학생복(-44.8%), 고등학교 납입금(-3.2%), 학교급식비(-41.5%) 등이 하락하는 등 정부의 무상복지 정책에 따른 영향도 작용했다.
집세는 전년 대비 0.2% 하락했다.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전세는 전년과 보합(0.0% 상승)으로 2006년 1월(-0.1%) 이후 최저였다. 월세는 0.4% 하락해 2017년 12월 이후 1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현 상황이 ‘디플레이션’이 아닌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이두원 물가동향과장은 "현재는 저물가가 지속되는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라면서 "디플레이션은 총체적인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데 따른 물가하락을 뜻하는데, 지금은 그보다는 기후변화와 (유류세 등) 석유류 가격 인하로 인한 외부효과, 집세, 공공서비스 부문이 하락하는 등 수요 측면보다 정책적 측면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민들과 밀접한 생활물가는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지난달 소주 가격은 1년 전보다 5.1% 올랐다. 생수 값이 8.5%, 유유 가격도 6.1% 상승했다. 이밖에도 빵값이 5.6%, 치킨값이 5.2%, 외식 물가가 1.8%씩 각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