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사상 최대 이자수익 및 성과급 잔치 논란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5대 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뜨려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함에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복현 원장은 14일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효율적인 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되도록 다양한 제도와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급이 1조3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이자 장사' '돈 잔치' 비판과 함께 은행 과점 체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수신 시장에서 5대 시중은행의 점유율이 높다 보니 가격 책정 시 과점적인 게임을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5대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참여자들도 들어와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 경쟁을 해야 효율적인 가격이 가능하며, 예금과 대출 또한 완전 경쟁이 되면 마진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기준 제1금융권인 전체 18개 은행의 원화 예수금 현황을 보면 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점유율이 77%였다. 이들 은행은 예금시장에서 각각 15~16%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의 원화대출금도 5대 은행의 점유율이 67%로 사실상 5대 은행이 예금, 대출 시장에서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금감원은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뜨린 영국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영국에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산업간 경쟁 촉진이 필요해 은행 신설을 유도했다 그 결과 인터넷 전문은행 및 핀테크와 접목한 형태의 은행 등 일명 '챌린저 은행'이 확대됐다.
이를 토대로 금감원은 인가를 세분화하거나 인터넷 전문은행 확대 또는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업의 경우 단일 인가 형태이지만, 인가 단위를 낮춰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들을 활성화할 경우 5대 은행처럼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과점 체제를 깰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은행업에서 인가 세분화가 도입되면 금융지주 산하의 대형 은행이 아닌 독립된 형태의 은행들이 등장해 금융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소상공인 전문은행, 도소매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