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0:35 (금)
[이지언 변호사의 티격태격] ④ 지인 사이의 돈 거래
[이지언 변호사의 티격태격] ④ 지인 사이의 돈 거래
  • 이지언 이코노텔링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 gon2fly@naver.com
  • 승인 2023.02.0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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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 작성하지 않고 돈을 빌려줄 경우 소송서 질 가능성 커
계좌이체로 송금해도 '돈을 받은 사실'만 입증될 뿐 '빌려간 사실'이 입증 안돼
대여 사실 증명할 수 있는 문자나 메일이라도 남겨놓으면 불필요한 분쟁 막아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가까운 지인이거나 친척이라는 이유로 별도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을 작성하지 않고 빌려주는 경우가 빈번하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 금전적 어려움없이 넉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조차도 부동산 투자, 사업자금 등의 융통을 목적으로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돈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가까운 지인이거나 친척이라는 이유로 별도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을 작성하지 않고 빌려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평소의 관계를 신뢰하여 현금으로 또는 계좌이체방식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법적으로는 매우 위험하다. 현금으로 빌려주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단순한 계좌이체의 경우에도 이체내역만으로 '대여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돈을 받은 사실'만 입증될 뿐 '빌려간 사실'이 입증되지는 않는 것이다.

대법원은 '대여사실'에 대해 증명할 책임이 금전 대여자에게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금전대여자가 '대여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돈을 빌려주고도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몇 가지 사례에 대해 살펴보자. 오래된 연인 사이거나 동거 또는 사실혼 단계에 있는 부부들의 경우 금전거래가 빈번하다. 간혹 서로 사이가 틀어져 헤어질 때가 되면 빌려준 돈의 반환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계좌이체내역만 존재하는 경우 소송으로 진행하여도 승소하기 어렵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돈을 증여한 상황에서 계좌이체내역을 근거로 대여금임을 주장하며 반환청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도 물론 '대여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가 없으므로 소송에서 승소하기 어렵다.

또 다른 실제 사례로, A라는 사람이 과거 자신의 딸 C명의 통장을 사용하여 B와 다년간에 걸쳐 각종 금전거래를 하였는데, B가 과거 C를 상대로 몰래 진행한 대여금 반환 판결(공시송달)로 C 소유의 아파트 집행에 나선 사안이 있었다. 이에 C는 추완항소를 하면서 실제 금전거래자는 부친인 A이며 자신은 통장 명의만 빌려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C명의의 금전거래내역만 존재할 뿐, C의 대여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C가 부친의 사업을 위해 통장 명의만 빌려주었음을 증명할 증거가 다수 존재함을 이유로 B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여금의 입증책임에 입각한 명쾌한 판결이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사람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급할 때 요긴하게 사용하였지만 정작 돈을 갚을 때가 되면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친인척 사이든, 지인 관계든 돈을 빌려줬다면 현금보관증이나 차용증을 별도 작성하지 못했을지라도, 계좌 이체내역 외 최소한 '대여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문자, 메일이라도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 요즘은 노년층까지도 카카오톡 등의 SNS 서비스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보편적 멀티미디어 시대다. 대여 사실이 담긴 녹음이나 카카오톡 대화 몇 개만 있어도 미래의 불측 손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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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언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제52회 사법시험(연수원 42기)에 합격했다. 중앙일보 지주회사격인 중앙미디어네크워크 법무팀에서 사내 변호사로 다년간 근무를 했다. 이후 법무법인 고도에서  민ㆍ형사,행정,가사 사건을 맡아 처리하였고 현재는 IBS 법률사무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 하고 있다. 각종 스타트업 등 회사의 법률자문 및 서대문 경찰서 자문, 포항공대 옴부즈만을 맡고 있으며 드라마 '라이브' 제작 자문도 맡았다. 그 외 '궁금한 이야기y'. MBC 뉴스에도 출연해 까다로운 법률용어를 쉽게 풀어내는 수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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