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도날드, '매각가 5000억원' 안팎 제시…동원산업 "1개월 내 재공시"
참치로 큰 동원산업이 이번엔 글로벌 햄버거 회사인 한국맥도날드 인수에 나서 재계와 소비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지난달 17일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주 한국맥도날드에 대한 1차 실사를 진행했으며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본입찰에 앞서 가격과 운영 방식 등 세부 조건을 놓고 몇 차례 실무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는 한국맥도날드 측이 제시한 매각가가 50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1986년 합작투자 형식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20년이 지난 2006년 미국 본사가 지분 전량을 인수해 현재 100% 보유하고 있다.
맥도날드 본사는 2016년에 처음으로 한국맥도날드를 매물로 내놓았다가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6년 만에 두 번째로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셈이다.
2016년에는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서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CJ, KG 컨소시엄, 매일유업-칼라일 컨소시엄 등이 매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막판까지 매일유업-칼라일 컨소시엄과 매각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매일유업이 발을 빼면서 인수 작업이 무산됐다.
그로부터 6년 후인 지난해 6월 맥도날드 본사는 한국맥도날드 지분과 국내 사업권 매각에 다시 나섰다. 이번 매각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동원산업이 인수에 성공하면 한국맥도날드 독점 사업권을 갖게 되며, 본사에 로열티 5%를 제공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전략적인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라며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여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산업 측은 이날 "맥도날드코리아 인수 추진 보도와 관련해 해당 건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추후 인수 추진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해명 공시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최근 3년에 걸쳐 매출은 해마다 10% 가깝게 늘면서도 연속해서 영업손실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2019년 매출 7,248억 원에 영업손실 440억 원을 시작으로 2020년 매출 7,910억 원(전년 대비 9.1% 증가)에 영업손실 484억 원, 2021년 매출 8,679억 원(〃 9.7% 증가)에 영업손실 278억 원 등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2021년에 1986년 한국 진출 이래 최대 매출 기록을 올리면서도 흑자전환엔 실패해 시장에 아쉬움을 남겼다.
재계는 동원산업의 이번 인수 참여는 외식업 강화를 통해 종합생활산업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식음료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경영력을 높이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원그룹은 기존의 수산업 및 참치 사업의 성장 한계 극복과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식품·포장·물류 분야로 사업 외연을 꾸준히 넓혀 왔다.
미국 참치 통조림 제조업체 스타키스트(2008년), 대한은박지(2012년), 테크팩솔루션(2014년), 동부익스프레스(2017년) 등 굵직한 M&A(인수·합병)를 연이어 성사시킨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한동안 하강 추세였던 국내 햄버거 시장이 최근 급격한 반등세를 보인 점도 동원의 인수 추진 의욕에 불을 붙였을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도 있다.
재계는 동원산업의 이번 맥도날드 인수 추진은 동원그룹이 지난해 11월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내린 첫 대규모 투자 결정이란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11월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해 동원그룹의 지주회사가 됐다. 당시 동원그룹은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은 이번 합병을 '제2의 창업'으로 삼아 사업 간의 융합 및 지원, 투자 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열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원산업이 새롭게 햄버거 외식산업에 참여할 경우 버거킹, 롯데리아 등 기존 햄버거 업체는 물론 다양한 유사 외식업체들과도 치열한 시장 쟁탈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햄버거 외식산업이 시장 규모 그 자체보다 수많은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먹거리 산업이란 자체 특성과 폭발력 때문에 재계나 소비자들이 이번 매각 작업의 귀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전국 각지 400여 곳에 매장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95곳, 경기 91곳, 인천 18곳 등 수도권에 절반이 넘게 분포돼 있다. 이어 부산 40곳, 경남 30곳, 대구 25곳, 경북 15곳, 대전 12곳, 전북 11곳, 광주·충남 10곳, 전남 8곳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