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 질문에 '높다'란 응답율 3.6%P 줄어
최근 10년(2011~2021년) 사이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은 60%대로 늘었지만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진다'는 기대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특정 기간의 소득 변화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 이동성이 낮아진데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 불평등이 커져 '계층 이동의 사다리'에 대한 기대가 줄었기 때문이다.
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영욱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31일 이런 내용의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과 일자리 감소 등으로 중산층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제 중산층 비중은 2011~2021년 사이 늘거나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서 활용하는 중산층 개념인 '중위소득 50∼150%' 비중은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2011년 54.9%에서 2021년 61.1%로 높아졌다. 다만,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10년간 50% 안팎을 유지했다. 시장소득은 근로·사업소득 등 '일해서 번 돈'이고, 처분가능소득은 시장소득은 연금·지원금 등 정부의 이전지출까지 포함한 소득이다.
시장소득 기준 중산층이 50%대를 유지하는데 처분가능소득 기준 중산층은 60%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그만큼 정부의 복지 혜택이 중산층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사용하는 중산층 기준인 '중위소득 75∼200%'로 보면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은 2021년 61.1%로 OECD 평균(61.5%)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위소득 50% 아래인 빈곤층은 15.1%로 OECD 평균(11.4%)보다 높다. 이는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중산층 비중이 늘었을 뿐 아니라 스스로 '나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도 2013년 51.4%에서 2021년 58.8%로 높아졌다. 그러나 계층 이동 사다리에 대한 믿음은 약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이 노력하면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줄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 노력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매우 높다'와 '비교적 높다'로 응답한 비율은 2011년 28.8%에서 2021년 25.2%로 감소했다. '자녀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도 2011년 41.7%에서 2021년 30.3%로 낮아졌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시장소득, 처분가능소득 모두 소득 이동성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달라지는 정도가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여기에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불평등도 커지고 있다. 소득 이동성 감소와 자산 불평등 확대는 세대 간 계층 대물림, 교육격차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정부의 이전지출을 통한 중산층 확대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계층 상향이동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상향이동 가능성을 높이는 중산층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은퇴하는 중·고령층의 고용 연장 유도, 여성 배우자의 취업 장애요인 해소,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 정책 내실화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