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자 겨우 모면하는 '어닝쇼크'… 파운드리 선전은 눈길

삼성전자가 지난해 300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웃지 못했다. 영업이익이 2021년보다 약 16%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력인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분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보다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70조4600억원, 영업이익은 4조31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97%, 영업이익은 68.95%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 여파가 컸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02조23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300조원을 넘기는 처음이다. 2021년 대비 8.09%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15.99% 감소한 43조3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세계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반도체 수요와 세트(완성품) 소비가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DS) 부문에서 기대 이하 성적을 냈다. DS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0조7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에 머물렀다. 2000억원대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을 밑도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이다.
메모리반도체는 재고자산 평가 손실이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고객사들이 재고를 조정함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 시스템LSI는 업계 재고 조정에 따른 주요 제품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축소됐다.
다만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는 주요 고객사용 판매 확대로 분기·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고객처를 다변화한 결과 파운드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디바이스 경험(DX)부문은 4분기 매출 42조7100억원, 영업이익 1조64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은 판매가 줄고 이익도 감소했다. 생활가전 역시 시장 수요 부진과 원재료 상승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VD(TV)·생활가전 분야는 지난해 4분기 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글로벌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부진과 반도체 시황 약세가 이어져 삼성전자 실적 부진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에 대비해 서버·PC용 DDR5 수요에 맞춰 준비하는 한편 LPDDR5x 등 모바일 고용량 제품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갤럭시S23 등 플래그십 디바이스 판매를 확대하고, 프리미엄 태블릿과 웨어러블 제품 판매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실적이 부진한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등 신제품 출시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