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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⑧ '섬유의 보석' 캐시미어의 이면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⑧ '섬유의 보석' 캐시미어의 이면
  •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 mksongmk@naver.com
  • 승인 2023.01.2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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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도 북부 카슈미르지역을 제치고, 티베트,몽골,이란 등 고산지대서 주로 생산
나폴레옹도 조세핀에 캐시미어 숄을 선물할 정도로 오랫동안 ' 부의 상징 '으로 여겨져
몽골 등서 캐시미어 털을 주요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캐시미어 산양 사육 크게 늘어나
산양은 풀뿌리까지 깡그리 먹어치우는 식성으로 '초원의 사막화' 급속 확산,황사 유발

아직도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인데도 미세먼지가 하늘을, 아니 세상을 휘덮는 날이 늘어간다. 주로 봄철에 발생하던 황사가 거의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하고, 그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몽골과 중국 접경 사막에서 시작된 황사가 중국 상공을 지나며 거기서 만들어진 각종 미세먼지(아황산가스, 질소 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와 섞여 우리나라의 상공을 더럽히고 있다. 게다가 이 지역은 거의 한반도 면적의 약 4배나 되고, 지구의 온난화까지 겹쳐 사막화가 가중되고 있으니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불행히도 이 소용돌이에 한 몫을 단단히 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캐시미어 산양이다. 최고급 모직으로 알려진 '캐시미어(cashmere)'는 바로 캐시미어 산양의 털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3세기경부터 인도 북부 카슈미르(Kashmir) 지역에서 만든 숄이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왔다.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18세기, 동인도회사 군인들이 귀국할 때 카슈미르 지역의 숄을 가져와 부인이나 귀족, 또는 왕족에게 선물한 것이 시작이었다.

캐시미어 털은 가벼우면서 보온성이 좋고 촉감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우아한 질감과 아름다운 광택이 있어 '섬유의 보석'이란 존칭이 붙어 다닌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유럽 일대에 금세 캐시미어 선풍이 일었다. '캐시미어'라는 단어도 카슈미르(Kashmir)의 영어화에서 비롯되었다. 이 당시 캐시미어 숄의 가치는 금보다 귀해서, 오랫동안 부의 상징으로 통했다. 나폴레옹1세도 여러 개의 캐시미어 숄을 조세핀(Joséphine)에게 선물하였고, 그녀는 300여 개의 캐시미어 숄을 가졌다는 기록도 있다.

이 캐시미어 털은 가벼우면서 보온성이 좋고 촉감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우아한 질감과 아름다운 광택이 있어 '섬유의 보석'이란 존칭이 붙어 다닌다.

캐시미어 섬유는 이 산양이 털갈이를 할 무렵, 속 털을 긁어모아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순도를 높인다. 때문에 산양 한 마리에서 고작 장갑 하나 짤 수 있는 정도의 원모(原毛)를 얻는다. 여성용 스웨터 한 벌을 제작하기 위해선 약 4마리 분량의 캐시미어가 필요하다. 이렇듯 까다롭고 어려운 생산 공정 때문에 캐시미어 공급량은 전 세계적인 캐시미어 수요량에 미치지 못해 캐시미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양모의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 되는 이유이다.

오늘날 캐시미어는 분쟁중인 인도 북부 카슈미르지역을 제치고, 중국(내몽골, 티베트), 몽골,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의 고산지대에서 주로 생산된다. 특히 전 세계 캐시미어 생산량 중 48%가 중국에서, 40%가 몽골에서, 나머지 12%는 그 밖의 지역에서 생산 된다. 세계적으로 캐시미어의 수요가 커지자 몽골은 캐시미어 산업을 국가 중요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 바람에 이 지역의 캐시미어 산양의 사육이 대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그 캐시미어 산양의 유별난 식성이다. 캐시미어 산양은 풀뿌리까지 깡그리 먹어치우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한다. 풀이 나지 않는 추운 겨울철에도 방목을 하고 이 산양들은 눈에 뒤덮여 보이지 않는 풀까지 찾아 뿌리를 캐먹는다. 때문에 이 지역의 푸른 초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결과적으로 캐시미어 산양이 초원의 사막화에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황폐화를 막기 위하여 국제적으로 나무 심기 등의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황사의 정도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는 지금의 우리뿐만 아니라 자손들과 그 자손들의 자손이 대를 이어 살아갈 유일한 터전이다. 바로 이 점을 거듭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문제의 모든 책임이 캐시미어 산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각종 화학공장, 자동차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농축수산업에서 배출되는 메탄이나 자연훼손 등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지만,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봐야 할 일이다. 캐시미어를 입고 싶을 때 하나뿐인 지구를, 우리의 상공을 누가 지켜야 하나 한 번쯤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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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동덕여자대학교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송명견(동덕여자대학교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송명견(동덕여자대학교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40여년 동안 옷에 대해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친 의생활문화 전문가. 그 과정에서 '옷이 곧 사람이고 역사'라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글을 쓰는 '옷 칼럼니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패션 인사이트>를 시작으로 <아시아경제신문> <농촌여성신문> <강남 라이프>(서울 강남구청 소식지)에 동서고금의 옷과 패션산업을 주제로 글을 연재했다.

또한 <기능복>(1998년, 공저)부터 <바느질하는 여인이 그립다>(2006년), <옷, 벗기고 보니>(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도서 선정), <옷은 사람이다>(2014년), <옷으로 세상 여행>(2018년) 등의 책을 저술했다. 그는 오늘도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회의 모습과 시대적 가치'를 찾고자 고민한다.

서울대학교 농가정학과를 나와 이화여대에서 석사를,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임하며 일본 문화여자대학 연구교수,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교수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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