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선 단전사고는 부실 자재 사용과 허술한 관리 때문이라며 국토부 제도개선 요청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이 KTX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 SRT 운행에 차질을 빚게 한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가 결별 선언의 계기로 작용했다.
이종국 대표이사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SR 자체적으로 차량 정비를 확대하고 코레일과의 위수탁 계약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SR은 코레일에서 철도 차량을 임대해 사용하고, 차량 정비도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다.
이종국 대표는 "전차선 단전사고 원인은 부실한 자재 사용과 공사 과정에 대한 허술한 관리"라며 "건설과 관리가 분리된 지금의 유지보수 체제로는 철도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고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SR은 지난해 12월 30일 충남 천안아산역∼경기 평택 지제역 구간 통복터널에서 일어난 전차선 단전사고 피해액을 130억원으로 집계했다. SRT 열차 총 32편성 중 25편성에서 엔진 역할을 하는 주전력변환장치가 훼손돼 차량 복구에 91억원, 비상차량 임차료로 25억원이 들었다. 불편을 겪은 고객들에게 발급하는 할인쿠폰 등 보상비로 7억7000만원이 소요된다.
SR이 밝힌 사고 원인은 부실시공이다. 통복터널에서 진행한 천장 누수 하자 공사 과정에서 사용한 보강재(부직포)가 터널 천정에서 전차선으로 떨어지면서 전기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SR 자체 조사결과 겨울철 하자 보수공사에 여름용 접착제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터널 시공과 하자 보수공사는 GS건설이 맡았다.
코레일의 장애 조치 수습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SR은 "명확한 사고 원인과 전차선 주변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전차선에 전원을 공급해 연속 3회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과전류가 공급된 데다 선로에 떨어진 부직포 조각이 SRT 열차 하부로 빨려들어가 열차 고장까지 일으켰다.
문제는 부실공사의 관리주체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사고가 일어난 수서∼평택 제9공구 공사 발주처는 국가철도공단이고, 완공 뒤 철도공단이 코레일에 시설물을 인수인계했다. 하자관리업무는 코레일이 철도공단에서 위탁받아 하고 있다. 철도공단과 코레일은 서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떠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사고 수습을 계기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는 긴 여정을 시작하겠다"며 "철도공사와 체결한 차량정비, 공용 역 사용에 대한 위탁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RT 예약 시스템은 코레일 것을 빌려 사용하고 있는데, 이 또한 독자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코레일관광개발에 위탁한 콜센터와 객실 승무 서비스도 독자 운영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단전 사고 때 콜센터 운영시간을 연장해달라는 간곡한 요청에도 위탁사의 거부로 고객 안내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객실 승무원은 위탁사 내부 노사 갈등으로 작년 한 해만 156일간 사복 투쟁을 벌여 SRT 이미지에 손실을 끼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