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로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류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특히 서민 체감이 큰 외식 물가는 30년 만에 가장 높은 7.7%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2020년 100 기준)로 지난해보다 5.1%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9년 0.4%, 2020년 0.5%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0%대에 머물렀다가 지난해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 회복의 영향으로 10년 만에 최고치인 2.5%를 기록했다. 이후 올해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섰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는 둔화했지만 가공식품과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개인서비스, 전기·수도·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연간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0% 올랐다. 계절 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4.1% 올라 2008년(4.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연초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공업제품이 6.9%, 가공식품은 7.8% 상승했다. 석유류 상승률은 22.2%로 1998년(33.4%) 이후 가장 높았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에 전기·가스·수도는 12.6% 상승해 별도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농축수산물은 3.8% 오르면서 전년(8.7%)보다 오름폭이 둔화했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5.4%로 1996년(7.6%)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외식물가는 7.7% 올라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별 물가상승률은 1월 3.6%에서 시작해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가파르게 올랐다가 점차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 오름세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로 전월(5.0%)과 같았다. 5월부터 8개월째 5% 이상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특히 12월에는 전기·가스·수도가 23.2% 올랐다.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도 10.3%로 2009년 4월(11.1%) 이후 가장 높았다. 식품 원료인 국제 곡물 가격과 원유(原乳) 가격이 올라가며 식품 출고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